8일 방송 예정인 SBS 스페셜 '바디멘터리 - '살'에 관한 고백'에서 이들은 '한국의 마돈나' 또는 '아이돌의 전형'으로 불리던 활동 시절, 외모와 관련된 숱한 에피소드를 털어놓는다.
먼저 한승연은 "살이 쪘을 때가 46kg이었다"며 "여기서 4kg 더 감량했는데 기절했었다"고 털어놨다.
‘인형 같은’ 외모로 걸그룹의 정석이라 불리던 한승연. ‘미스터’의 흥행으로 한류 열풍까지 일으켰지만 영광 뒤엔 아픈 기억이 따랐다. 로라이즈 팬츠와 짧은 상의를 소화하려면 배가 조금이라도 나와선 안 되었다고 떠올렸다.
한승연은 마른 몸에 집착하다 보니 완치하기 어려운 질환까지 얻게 됐고, 누군가 자신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방송에 출연하게 됐다고 했다.
씨스타 소유는 데뷔 전 노래 실력만으로 충분하다 믿었지만, 가수의 길에 예상치 못한 장벽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른바 ‘키빼몸 120’. 아이돌의 공식처럼 따라다닌 이 용어는 키에서 몸무게를 뺐을 때 120이 되어야 한다는 가혹한 기준을 뜻한다.
꿈에 그리던 데뷔를 하고도 숫자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던 시절, 소유는 응급실에서 맞은 수액만으로도 몸무게가 늘까, 걱정했던 날을 담담히 회상했다. 그는 "그때 소속사에서 정해준 몸무게가 48kg"이라며 "키 168cm인데 그 몸무게가 되려면 안 먹을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시크릿 전효성은 완벽한 몸매를 위해 15cm 힐을 신고 푸쉬업 브라 등 보정 속옷으로 온몸을 조이며 활동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효성 하면 몸매를 다들 떠올리니까"라며 "이 사랑을 놓치고 싶지 않다가 인생 목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평발인 전효성은 지나치게 높은 굽과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보정 속옷보다 대중의 사랑이 줄어드는 게 더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쟤 밥 먹는 거 보는 게 소원이다." 김완선이 왕성히 활동했을 때 동료들로부터 듣던 말이다.
김완선은 80년대 후반 대중가요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본격적인 비디오형 가수 시대를 열었다. 큰 교통사고를 겪고도 일주일 만에 무대에 오를 만큼 가혹한 전성기를 보낸 그는, 아이스크림이나 비스킷 하나만 급히 욱여넣고 무대에 오르곤 했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몸무게가 30kg대로 내려간 적도 있었다고 한다.
'마리아' , 'I LOVE MY BODY' 등의 노래를 통해 꾸준히 메시지를 담아 온 화사는 "도달이 불가능한 아름다움의 기준이 있다. 그건 제가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누구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할 것 같은 화사도 전형화된 미의 기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억지로 속 비우는 약을 먹기도 했다고 말한다.
가장 빛났던 만큼 가장 배고팠던 시절이었다. 몸무게라는 ‘수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수치심’을 겪었던 그때, 시간이 흘러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지금, 이들은 이 모든 과정에서 잃었던 ‘나’를 찾아가는 중이라고 말한다. 방송은 8일 밤 11시 5분.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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