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업계에 따르면 중기부는 퇴직연금 등 그동안 벤처 투자를 하지 않았던 연기금과 공제회를 끌어들이기 위한 대책을 준비 중이다. 우선 ‘LP 첫걸음펀드’를 개설해 처음 출자하는 기관투자가(LP)에 우선손실충당, 풋옵션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최대한 손실 없이 원금을 가져갈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며 “수익·손실 배분 때 모태펀드가 일정 한도까지 손실을 먼저 배분받는 구조로 펀드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칙적으론 모든 출자자가 동등하게 수익과 손실을 배분하는 게 맞지만 퇴직연금 출자 유도를 위해 정부가 손실 가능성을 사실상 떠안겠다는 얘기다. 손실금 충당 한도는 모태펀드 출자액의 10% 이내다.
현행 퇴직연금 감독 규정은 비상장 주식 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위험자산이란 우려 때문인데, 정부가 손실 위험을 완충해주기만 한다면 주요 사업장이 충분히 벤처조합 출자에 나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확정급여형(DB형)에 한정해 특정 규모 이상 사업장이 (벤처펀드 출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열어주고, 모태펀드와 여러 안전장치가 함께 들어가면 된다”고 말했다.
퇴직연금의 벤처펀드 출자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벤처투자업계가 꾸준히 요청해온 사안이다. 벤처투자를 통해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최근 10년간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은 2.07% 수준. 국민연금 수익률(5.62%)은 물론 물가상승률(2.20%)보다 낮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연기금·공제회가 출자한 벤처조합 청산 수익은 연평균 10%를 웃돈다. 국민연금(13.9%), 사학연금(10.1%), 과학기술공제회(11.9%) 등이다. 퇴직연금 사업자인 신영증권의 민주영 이사는 “위험한 투자로 퇴직금을 날린다는 건 과도한 우려”라며 “오히려 제도가 가입자의 요구를 못 따라가고 있다는 현장 목소리가 크다”고 주장했다.
퇴직연금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아직 보수적인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금융자산보다 임금의 영역으로 보는 인식이 강하다”며 “벤처 투자 시장이 충분한 신뢰를 쌓고, 퇴직연금이 기금형으로 지배구조가 변경되는 게 선결 조건”이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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