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규의 데이터 너머] 14개월 연속 수출 증가의 이면

입력 2024-12-03 17:32   수정 2024-12-04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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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이 1일 발표한 ‘1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 수출액은 1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도체는 역대 11월 중 최대 수출액을 기록했고, 올 들어 11월까지 누적 수출액도 최대였다.

한국은행이 수출 데이터를 보는 관점은 미묘하게 달랐다. 한은은 지난 10월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당초 전망치인 0.5%보다 낮은 0.1%로 발표하면서 수출 부진을 이유로 들었다. 지난달 경제전망 설명회에서도 수출 악화 등을 이유로 내년도 전망치를 1%대로 제시했다. 우리 수출은 산업부 발표처럼 과연 잘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한은 설명처럼 부진한 것일까.

산업부가 발표한 11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11월 수출액은 563억5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증가율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된 뒤 14개월 연속 전년 동월비 증가세를 이어갔다. 우리 산업의 주요 품목인 반도체 수출액은 125억달러로 30.8% 늘어났다. 13개월 연속 증가한 것으로 역대 11월 중 최대 실적이었다. 수출이 여전히 우리 경제를 이끄는 버팀목 역할을 한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총액과 물량 기준 차이
한은의 자료는 어두운 기색으로 차 있다. 한은에 따르면 3분기 GDP 중 재화 수출은 전 분기 대비 0.6% 감소했다. 수출 성장 기여도는 -0.2%포인트로 나타났다.

이런 차이가 나타난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집계하는 내용이 다르다. 산업부가 수출 통계를 낼 때는 수출액과 수출 물량을 모두 고려한다. 100원짜리 부품을 2개 판 것과 200원짜리 부품을 하나 판 것 모두 200원이라는 총액으로 집계된다. 총액이 같기 때문에 증가율을 계산하면 변동이 없다.

GDP는 가격 변수를 고려하지 않는다. 오직 물량으로만 증감을 파악한다. 100원짜리 부품 2개 수출과 200원짜리 부품 한 개 수출은 반도체 수출 부품 수가 하나 줄었다는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GDP 증가율은 ‘-50%’로 기록된다.
수출 증가율 둔화세 뚜렷
비교하는 시점도 다르다. 산업부는 계절성을 고려해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을 파악하는 것을 주 지표로 삼는데, 한은은 계절성을 감안한 조정치를 산출한 후 직전 분기와 비교한다. 산업부의 방식은 과거와 비교한 수출 증가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은 방식은 경기 흐름을 더 빠르게 포착할 수 있다. 참고로 한은이 집계한 물량 기준의 수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로는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은은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최근 GDP 관련 설명을 할 때 ‘물량 기준 수출’이라고 더 정확하게 명시하고 있다.

정부와 한은의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장밋빛보다는 어두운 미래가 더 적합한 것으로 보인다. 수출 둔화세가 어떤 지표로 보더라도 뚜렷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놓은 14개월 연속 수출 증가 흐름을 자세히 살펴보면 7월 13.5%까지 높아진 증가율이 11월 1.4%로 하락했다. 15대 주요 품목 중 10개는 마이너스였다. 역대 최대를 경신하고 있는 수출 기록을 마냥 반기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한은은 지난달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당초 2.9%로 제시한 내년 재화 수출 증가율을 1.5%로 하향 조정했다. 또 ‘우리 수출 향방의 주요 동인 점검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런 재화 수출 감소세가 일시적 요인보다는 구조적 요인의 영향이 크다고 진단했다.

한은이 3분기 GDP 부진의 이유로 수출 둔화를 꼽았을 때 정부는 즉각 ‘통계상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어떤 통계로도 수출 둔화가 보이는 상황에서 ‘통계 기준이 다르다’는 설명은 다소 궁색해 보인다. 현실을 바로 보고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산업 정책과 구조개혁을 적극적으로 내놓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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