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기아는 회사명에서 ‘자동차’를 떼어냈다. 송호성 사장이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된 지 1년 만에 생긴 변화다. 송 사장은 “우리는 담대하고 새로운 영감의 여정을 시작하려 한다”며 사명을 바꾼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바꾼 건 사명만이 아니다. 회사의 ‘얼굴’(로고)도 세련된 지금의 모양으로 교체했다. 이후 브랜드 지향점을 재정립하는 동시에 관련 서비스를 강화하는 식으로 자동차 제조 중심이던 기아의 비즈니스 모델을 서비스 등으로 확대했다.
이 모든 걸 주도한 이가 송 사장이다. “송 사장이 건넨 명쾌한 비전에 따라 모든 직원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EV6는 높은 상품성과 기술 혁신성,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2022 유럽 올해의 차(ECOTY) △2022 왓 카 어워즈 올해의 차 △2022 독일 올해의 차 프리미엄 부문 1위 등을 잇달아 수상했다. 이듬해 나온 EV9도 혁신적 미래 기술과 상품성이 총집약된 플래그십 모델이란 평가를 받으며 2024 월드카 어워즈 ‘세계 올해의 차’ ‘세계 올해의 전기차’ ‘2024 영국 올해의 차’ 등을 휩쓸었다. 올해 6월 출시된 EV3는 올해 3분기 국내 전기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송 사장이 전기차에만 신경 쓴 건 아니다. 시장 트렌드를 재빠르게 포착해 하이브리드카와 SUV 등 인기 모델을 경쟁 업체보다 반 발짝 빨리 출시했다. 기아가 사상 최대 실적을 분기마다 새로 쓸 수 있었던 배경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지만, 기아는 작년보다 좋은 성적을 내놓고 있다. 지난 3분기 매출 26조5189억원, 영업이익 2조8813억원으로 영업이익률 10.9%를 기록했다. 전기차 최강자인 테슬라(10.8%)보다 높은 수준이다. 기아는 2022년 4분기 이후 여덟 분기째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기아는 2021년부터 3년 연속 매년 사상 최대 이익 기록을 갈아치웠으며, 올해도 3분기까지 사상 최대 이익을 냈다.
PBV는 말 그대로 차를 플랫폼화해서 사용자가 목적에 맞게 구성할 수 있는 차량으로, 기아는 전동화를 결합해 국내 최초로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PV3(소형)·5(중형)·7(대형) 등 다양한 크기로 내놓을 계획이다. 송 사장은 경기 화성에 PBV 전용공장인 이보플랜트를 지난 9월 준공했고, 두 번째 PBV 전용공장도 건설 중이다.
PBV의 일종인 특수목적차량도 기아가 잘하는 부분이다. 기아는 50년간 군용차량을 개발·생산해온 경험을 갖고 있다. 군용차량을 발전시켜 픽업트럭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송 사장은 10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제다 국제오토쇼에서 이렇게 만든 타스만을 처음 공개했다. 군용차, 픽업트럭, PBV 등으로 이어지는 라인업 확대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 공습에 전통의 거의 모든 글로벌 자동차 회사가 고전하고 있지만 현대자동차·기아는 아직 무풍지대”라며 “현대차와 기아가 시장 트렌드를 빨리 읽고 SUV와 하이브리드 시장을 집중 공략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 송호성 사장 약력
△1962년 전주 출생
△1988년 연세대 불어불문학과 졸업
△1988년 현대자동차 입사
△2007년 기아차 프랑스판매법인장
△2009년 기아차 수출기획실장
△2011년 기아차 감사3팀장
△2013년 기아차 유럽법인장
△2017년 기아차 사업관리본부장(부사장)
△2019년 금탑산업훈장
△2020년 기아차 대표이사(사장)
△2022년 자동차인 산업부문 혁신상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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