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의 시대가 온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2022년 1월 취임 때 강조한 말이다. 모두 ‘한물간 전통산업’으로 치부한 LS그룹의 핵심 사업인 전선·전력기기가 미래산업의 중심에 설 것이란 얘기였다. 그즈음 챗GPT발(發) 생성형 인공지능(AI) 혁명이 터지면서 구 회장의 전망은 이제 어느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AI용 데이터센터 설립 붐이 일면서 LS 계열사에 전선·전력기기 주문이 밀려들고 있어서다.
구 회장의 자신감은 그의 전매특허 ‘양손잡이 경영’이 그룹 곳곳에 스며든 영향이란 분석이다. 양손잡이 경영은 구 회장이 2022년 1월 취임식에서 처음 꺼내든 개념이다. 한 손에는 전기·전력·소재 등 기존 주력 사업을, 다른 손엔 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기술을 각각 잡고, 두 개를 균형 있게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사업 분야에선 LS전선(해저케이블)과 LS일렉트릭(전력 설비)이 대형 계약을 연이어 수주했다. 지난 8월 기준 LS전선과 LS일렉트릭의 수주 잔액은 약 9조원. 올 3분기 말 기준으론 10조원을 돌파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두 회사가 앞으로 2~3년간 먹고살 수 있는 규모다.
LS전선, LS일렉트릭의 성장은 생성 AI와 맞물려 있다. 세계 곳곳에서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매년 급격하게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27년 세계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500TW/h로 2024년(261TW/h) 대비 91.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센터에 전기를 공급하는 심장과 핏줄 역할을 하는 게 LS의 전선과 전력기기다. 미국과 유럽연합(EU)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신흥국도 노후화한 전력 인프라를 재구축하는 데 한창이다. 모두 LS의 고객이다. 구 회장은 최근 “‘모든 사물의 전기화’가 이뤄지는 만큼 LS의 사업이 모두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LS그룹은 사업형 지주사인 ㈜LS 주도로 배터리 소재 사업의 수직계열화에 집중하고 있다. 전북 새만금에는 1조1600억원을 투입해 전구체 공장을, 울산엔 6700억원을 투자해 황산니켈 생산시설을 짓는 게 대표 사례다. 전구체는 2026년, 황산니켈은 2027년 생산을 시작해 수직계열화한 배터리 소재 가치사슬을 완성한다는 게 구 회장의 전략이다.
전기차와 관련해선 ‘전기차 충전소 솔루션’을 먹거리로 잡았다. 2022년 5월 LS그룹은 관계사 E1과 함께 전기차 충전 사업을 벌이는 LS이링크를 설립했다. LS의 전기차 충전 사업 전략은 다른 기업과 다르다. 전기버스를 타깃으로 B2B(기업 간 거래)에 집중한다. 경쟁자가 없는 블루오션을 노린 것이다. 반도체와 관련해선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산업계에선 구 회장이 이끄는 LS그룹이 2030년에는 10대 그룹 반열에 올라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S는 2030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해 신성장동력 경쟁력을 높이고 총자산 5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 구자은 회장 이력
△1964년 서울 출생
△1983년 서울 홍익대사대부고 졸업
△1987년 미국 베네딕트대 경제학과 졸업
△1990년 미국 시카고대 경영학석사
△1990년 LG정유 입사
△1999년 LG전자 미주법인
△2005년 LS전선 중국지사 상무
△2008년 LS전선 전무
△2010년 LS MnM 부사장
△2012년 LS전선 사장
△2015년 LS엠트론 부회장
△2019년 LS엠트론 회장
△2022년~현재 LS그룹 회장
황정수/박의명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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