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출구 안 보이는 건설·부동산 시장

입력 2024-12-03 17:47   수정 2024-12-04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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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신년 사업 계획을 세우며 희망찬 미래를 그렸다. 하지만 올해 건설업계는 뒤숭숭하다. 1년이 다 갔지만 연초와 달라진 게 별로 없어서다. 대형 건설사든, 소형 건설사든 어렵긴 마찬가지다. 하반기 10대 건설사 중 다섯 곳의 대표가 바뀌었을 정도다.

인건비와 건자재값 급등으로 현장에선 연중 손실 만회를 위해 안간힘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도 여전히 뇌관이다. 가계대출 규제로 매물이 쌓이고 가격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1년 내내 금융은 부동산을 손가락질하고, 부동산은 금융만 탓한다. “터널이 길기만 하다”는 한숨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켜켜이 쌓인 난제
산적한 난제가 건설·부동산업계를 짓누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난 3년간 공사비가 최소 30% 뛰었다. 보통 건설사는 총공사비의 10%인 수익을 벌기 위해 3년가량인 아파트 건설 도급계약을 맺는다. 산술적으로 봐도 20% 손실을 본다는 얘기다. 게다가 원자재값은 내려도 시멘트값은 요지부동이다.

대형 건설사도 손실 현장이 부지기수다. 지난 3분기 기준 국내 시공능력평가 10위 내 건설사 중 공사미수금, 분양미수금, 매출채권 등으로 미수금 항목을 공개한 9개 건설사의 미수금은 17조637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16조9336억원)보다 4.2% 늘어난 수준이다.

이 와중에 서울 강남과 한강 벨트 아파트값만 강세다. 지방 부동산 시장은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공급 과잉 상태인 세종시의 아파트값은 올해만 6% 가까이 빠졌다. 지난 10월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6만5836가구로 연초(6만3755가구) 이후 줄어들 기미가 없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1만8307가구로 최근 4년간 최대다.

지방 건설업계는 줄도산의 살얼음판이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부도 처리된 건설업체는 총 26개(종합건설사 10개, 전문건설사 16개)다. 지난해 전체 부도 업체 수(21곳)를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사업을 수주할 여력이 없는 ‘유령 건설사’가 즐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정상화 대책 서둘러야
이렇다 보니 건설업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0.1%)이 당초 한국은행 전망(0.5%)을 크게 밑돌았다. 전문가들은 원인 중 하나로 건설 투자(-2.8%)를 꼽는다. 한국은행은 최근 경제 전망에서 국내총생산을 구성하는 지표 중 건설부문만 올해와 내년 모두 1.3%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2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통계청)을 보면 전체 일자리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5만4000개 늘었는데 건설 일자리는 3만1000개로 3분기 연속 감소했다. 내수 경기와 일자리 회복을 위해 건설업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도 크다. 업계에선 내년 공급 부족에 따른 아파트값 급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여야가 건설·부동산 시장 현황을 파악하고 종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시장을 살리는 게 특단의 민생대책이다. 사회간접자본(SOC) 발주 확대와 주택 공급 시스템 복원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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