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올해 1분기(1.6%)를 제외하고 2분기(3.0%), 3분기(2.8%·잠정치) 연속 강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전망대로라면 4분기까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간다. 2022년부터 이어진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의 누적 효과가 나타나고 재정부양책 효과가 사라지면서 미국이 성장률이 점점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보기 좋게 빗나갔다. 연착륙이냐, 경착륙이냐를 따지던 미국 경제는 낮은 물가에 성장세는 이어가는 ‘노 랜딩’(무착륙)에 성공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경기 침체 여부를 판단하는 ‘삼의 법칙’으로 유명한 경제학자 클로디아 삼은 최근 미국 경제가 탄탄한 성장궤도에 올라탄 원동력으로 기업가정신 회복과 노동시장 유연성을 꼽았다. 그는 수십 년간 하락세를 보이던 미국의 창업 행렬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역동성을 되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팬데믹 극복을 위한 부양책이 기업가정신을 고양해 폭발적으로 창업을 늘렸다는 것이다.
또 유연한 노동시장 덕분에 2021~2022년 ‘대퇴사(大退社) 시대’에 많은 기업이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고, 이는 미국 전체의 생산성 향상과 소득 증가로 이어졌다고 봤다. 그는 역동적인 노동시장이 역동적인 비즈니스 환경과 직결된다고 말하지만, 반도체 기업에서 주 52시간제 예외를 인정하는 것조차 어려운 경직된 노동시장을 가진 우리로서는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다.
경제 규모가 16배나 큰 미국(2.1%)에 잠재성장률마저 2년 연속 역전당한 한국(2.0%)이다. 한국은행이 이달 재추정치를 발표하는데, 1%대 추락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내년과 후년의 경제성장률도 1%대가 예고된 마당에 설상가상이다. 뼈를 깎는 구조개혁 없인 앞으로도 미끄러질 일만 남았다. 더구나 다음달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는 관세장벽을 높이 세우고 세계의 공장을 미국으로 빨아들일 기세다. 개혁할 과제는 산더미인데, 중심을 잡아야 할 우리 정치인들은 오늘도 싸움박질에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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