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 있는 기획재정부는 종일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행정고시 5급 출신 사무관 최대 5명이 최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최종 합격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다. 이 소식을 들은 5년 차 기재부 사무관 A씨는 “로스쿨은커녕 일 때문에 집에도 가기 힘든데 마냥 부러울 따름”이라며 “나도 계속 공무원으로 남아 있어도 되는 건지 싱숭생숭하다”고 말했다.
기재부 내에선 저연차 사무관들이 근무를 하면서 로스쿨 진학을 준비한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사무관의 로스쿨 준비가 늘어나자 “로스쿨 준비를 하지 못하게 하려면 일을 더 많이 시켜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기재부 외에도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등 다른 경제 부처에서도 이런 현상은 일반적이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행시에 합격한 사무관들이 공직사회를 떠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민간 대비 부실한 처우가 꼽힌다. 국·과장의 호출, 국회 요구에 야근을 밥 먹듯 해도 보상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내년 공무원 보수 인상률은 올해(2.5%)보다 높은 3.0%로 책정됐지만 2021~2023년에는 0~1%대에 머물렀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민간 대비 공무원 보수 수준은 2020년 90.5%에서 2021년 87.6%, 2022년 82.0%로 낮아지며 보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사무관들의 꿈인 해외 유학도 인사 적체로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해 로스쿨에 입학한 사무관 출신 B씨는 “업무 강도와 난도가 높은데 금전적 보상은 확실히 적고 최근에는 승진이나 해외 유학 등 기회 측면에서도 부족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 주도권은 갈수록 약화하고 국회 권력은 비대해지는 점도 사무관들의 관가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기재부 경제정책국 사무관 D씨는 “국회에서 툭하면 호출하고 10년 치, 20년 치 자료를 정리해달라는 갑질을 할 때도 있다”고 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주도권이 사라지면서 공무원들이 느끼는 보람이 확실히 줄어들었다”며 “민간 대비 경직적인 공무원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등 전반적으로 공무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허세민/박상용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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