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4일 금융시장은 대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계엄령 선포 직후 야간 파생상품 시장은 급격히 출렁였다. 오후 11시30분 기준 ‘아이셰어즈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코리아’ 상장지수펀드(ETF)는 미국 개장 직후 4.27% 하락해 54.31달러에 거래 중이다. ‘프랭클린 FTSE 한국’ ETF도 3.43% 하락해 18.29 달러에 거래됐다.
유럽 파생상품거래소인 유렉스 연계 야간 코스피200 선물은 계엄 선포 직전 대비 3.62% 하락한 319.35에 거래되고 있다. 거래량은 400~500 계약 수준에서 선포 직후 1만5000계약 수준으로 급증했다. 코스피200 야간 옵션 시장에서도 풋 옵션 거래량(2만9000계약)이 콜 옵션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달러당 1334원에 거래되던 원·달러 환율은 오후 11시45분 기준 달러당 1432원58전까지 치솟았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이날 선포된 비상계엄으로 인해 다음날 증권시장에 패닉에 가까운 매도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서킷브레이커 발동을 우려하는 전문가도 많았다. 서킷브레이커는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 투자자들에게 냉정한 투자판단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 시장에서의 모든 매매거래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제도다. 국내에서는 지수가 8% 이상 빠질 때 20분 간 거래를 멈추는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작동한다.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때는 지금까지 총 6차례 뿐이었다.
전문가들은 “증시에 닥친 1998년 외환위기급의 불확실성”이라고 우려했다. A 자산운용사 대표는 “지금은 ‘IMF 시대’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길어져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국내 주식 자금은 다 빠진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신뢰도와 신용 등급이 떨어지면 지난 10월 성공한 세계국채지수 편입도 취소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4일 역대급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B 증권사 수석연구위원은 “계엄령 선포에 긴장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 폭탄 물량을 쏟아낼 것”이라며 “계엄령 사태가 해결되기 전까지 외국인 매도세는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이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거의 없다”며 “수급이 얇아질 대로 얇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빚을 낸 투자자라면 빚 청산이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특히 계엄령 선포 직후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425원대까지 급등하면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환차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C 자산운용사 대표는 “특히 정치적 불확실성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자금 이탈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D 자산운용사 임원은 “일단 위험자산을 갖고 있는 것 자체를 극도로 회피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 증시 투자자들은 실물 현금을 보유하고 싶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채권시장의 불확실성도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E 증권사 연구원은 “이번 사태로 외환시장은 물론 채권시장에서도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며 “특히 채권시장에서는 한국이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만큼 외국인 자금을 중심으로 유동성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F 증권사 연구원은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가 급격히 뛰면 연쇄적으로 기업의 금융비용도 상승하면서 자금줄이 막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도체, 2차전지 등 주력 수출 산업의 경쟁력이 흔들리는 가운데 내수 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고강도 관세 정책에 이어 내부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연말 증시는 크게 내려앉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 자산운용사 대표는 “향후 증시가 정상화되더라도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한동안 국내 증시에 꼬리표처럼 남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저가매수할 기회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G 자산운용사 대표는 “언젠가는 해결될 내부 정치적 갈등인만큼 외국인이 과하게 팔고나간다면 오히려 매수기회로 삼을만 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자산운용사 대표는 “저가매수 기회일 수도 있지만 계엄령의 지속 시기를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박한신/양현주/배태웅/이시은/조아라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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