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한밤 비상계엄령 발표에 재계는 충격에 빠졌다. 안 그래도 국내외 경기 침체와 근원 경쟁력 추락에 신음하는 상황에서 비상계엄이 기업 경영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대기업들은 해외 거래처가 불안해할 것으로 보고 정확한 현황 파악에 회사 역량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3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 SK 현대차동차 LG 등 주요 그룹은 이날 밤 비상계엄이 내려진 직후 수뇌부를 중심으로 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비상계엄이 국내 생산·판매는 물론 수출 등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서다. 재계는 해외 바이어 미팅과 핵심 파트너와의 계약 등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는지 점검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현재로선 비상계엄이 기업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어 우왕좌왕하고 있다”며 “4일 오전 비상대책 회의를 소집해놓았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도 “저녁 식사 도중 계엄령 소식을 듣고 급히 자리를 이동해 배경과 앞으로 미칠 영향 등 을 파악하고 있다”며 “지금은 불확실성이 너무 커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주요 기업에 피해 우려 사항이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CJ제일제당 오리온 등 해외 소비자를 상대로 사업을 벌이는 기업들은 계엄으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이 생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상계엄이 세계에서 한국 이미지를 한껏 끌어올린 K한류 물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기업 관계자는 “해외에선 비상계엄이라고 하면 나라에 큰일이 생긴 것으로 인식한다”며 “K웨이브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대책회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블룸버그 등 외신들이 실시간으로 한국 계엄 발동 소식을 전하자 해외 거래처들의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정확한 사항을 알지 못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계는 계엄령이 기업 활동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국내외 경기 침체와 중국의 저가 공세로 신음하는 상황에서 계엄이란 악재까지 더해지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주요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이런 기업인들의 우려를 정부에 전달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계엄이 필요한 상황인지, 아닌지와 무관하게 실제 운영이 기업 활동에 악영향을 줘선 안 된다는 게 산업계의 염원”이라며 “주요 대기업 및 다른 경제단체 등과 협의해 산업계의 우려와 염원을 정부에 전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