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한국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예상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비상계엄으로 외환시장을 비롯해 주식, 채권시장 등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비상계엄 선포가 국제사회에도 신속히 전파되면서 국제 신용평가사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외환시장 거래 시간을 영국 런던 금융시장 마감 시간인 오전 2시로 연장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외환시장뿐 아니라 주식과 채권시장도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갑작스러운 계엄 조치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국내 금융시장이 동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갑작스럽게 떠오른 불확실성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패닉셀을 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커져 쇼크 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계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으로 가뜩이나 가중된 경영 불확실성에 이어 또 다른 악재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2016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 때에 버금가는 혼란이 빚어져 내수 등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하는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최 부총리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여하는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를 열었다. 최 부총리는 F4 회의를 마친 뒤 기재부 1급 이상 간부회의를 했다.
기재부를 비롯한 각 정부 부처 장·차관조차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부처 고위 관계자들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접한 후 급히 정부세종청사로 복귀했다. 이날 정부세종청사는 긴급 소집으로 복귀하는 차량이 몰려들어 혼잡이 빚어졌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비상계엄 선포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 신용평가에서 2015년 12월 Aa3에서 Aa2로 상향된 후 10년째 같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Aa2는 무디스 등급 중 세 번째로 높다. 한국은 프랑스, 아랍에미리트 등과 같은 등급을 부여받았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해당 국가의 내란이나 정쟁에 대해 신용평가 시 엄격한 평가를 내린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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