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령관에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임명하고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하고 언론사는 계엄사 통제를 받도록 하는 포고령도 발표했다.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 등 모든 의료인에 대해서는 48시간 내 복귀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4일 오전 1시께 국회가 계엄해제를 가결하면서 현행 관련법상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효력을 상실하게 됐다. 표결에 참석한 여야 의원 190명은 전원 계엄해제에 표를 던졌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가결을 선포하면서 “비상계엄 무효”라고 선언했다. 만약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따르지 않으면 탄핵소추 대상이 된다. 계엄군은 국회 진입을 시도해 의결을 원천 봉쇄하려고 했지만 의원들과 당직자들의 극력 저지로 의사당을 장악하는데 실패했다. 일각에서는 군의 지휘계통이 무너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국회 의결을 순순히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국회가 계엄 발동에 강력 반발할 가능성은 충분히 예견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계엄 해제를 거부하고 군 병력을 물리지 않으면 대규모 충돌이나 소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의 이성적 판단을 촉구한다. 물론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을 보면 위기 국면인 것은 맞다. 야당은 툭 하면 탄핵을 일삼고 있다. 22대 국회 출범 이후에도 10명째 탄핵을 추진하고 있고, 윤석열 정부 들어 탄핵 대상이 된 공직자는 20여 명에 달한다. 국무회의 구성원 21명 중 절반이 탄핵 위협을 받았다. 가결 5건 중 헌재 심리 중인 2건을 제외하고 모두 기각된 것을 보면 탄핵 이유는 구색일 뿐 진짜 목적은 국정 기능 마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방탄 입법도 갈수록 도를 넘고 있다. 야당의 잇단 입법 폭주는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하기 힘들 정도로 도를 넘고 있다. 나라 예산도 유례없는 감액안 일방 처리로 폭주하고 있다. 나라 안팎에서 안보와 경제 비상벨이 울리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북한의 핵미사일은 날로 고도화하며 위협 강도를 높이고 있다. 언제 우리 머리 위로 핵폭탄이 날아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더라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정도의 상황인지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계엄법에 따르면 비상계엄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돼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선포한다고 돼 있다. 야당의 폭주와 북한의 위협에도 우리 국민은 큰 동요 없이 정상적인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영속성을 위해 부득이한 조치라고 하지만 혹여나 낮은 지지율과 야당의 탄핵 공세를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겼다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계엄령 선포로 국민의 동요를 부채질해 극단적인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들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이제 막 선진국으로 도약한 대한민국이다. 전 세계인들이 우리 경제와 산업, 문화적 융성을 높게 평가하고 칭송하는 시기에 느닷없이 터져나온 계엄령 선포는 국가 위상과 품격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주식과 환율 등 향후 금융시장이 받을 충격파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이런 비정상적 상황을 오래 끌어선 안 된다. 대통령부터 비상계엄을 자진해서 철회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여야 정치권도 극단의 갈등을 초래해 우리 사회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중지를 모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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