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바이든에 한국의 계엄령은 한미동맹 시험대"

입력 2024-12-04 07:11   수정 2024-12-04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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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령 선포로 민주주의를 중시해온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 한국의 관계가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는 평가가 뉴욕타임스(NYT)에서 나왔다.

NYT는 3일(현지시간) 윤 대통령이 '종북 반국가 세력의 척결'을 이유로 내세워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미국의 한국과 동맹이 수십 년 만에 최대 시험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민주주의 대 독재'라는 틀로 외교 정책을 펼치면서 러시아, 중국, 북한에 대항하기 위해 한국과 군사 협력을 강화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위기를 어떻게 다룰지 '힘든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NYT는 한국이 지난 수십년간 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 중 하나였던 이유로 한국의 민주주의를 꼽았다. 강력한 권위주의 국가들이 민주주의 국가들과 경쟁하는 이 지역에서 한국이 민주주의의 봉화 같은 존재였다는 것.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최우선 순위 중 하나가 민주주의 촉진이었기 때문에 한국의 계엄령이 그에게 특히 아플 것"이라고 관측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중국, 북한 등 권위주의 국가에 맞서 민주주의를 강화한다는 취지로 2021년 12월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을 미국으로 초청해 제1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주최했다. 이후 2023년 3월 2차 정상회의를 한국, 코스타리카, 네덜란드, 잠비아와 공동 주최했으며, 미국 밖에서 처음으로 열린 3차 정상회의는 올해 3월 한국 서울에서 단독 주최됐다.

3차 정상회의 당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굳건하고 역동적인 민주주의 국가 중 하나이자 세계 민주주의의 챔피언"이라고 치켜세웠다.

NYT는 2022년 대선을 가까스로 이긴 윤 대통령의 국내 지지율이 낮다면서 야당과 의회를 겨냥한 그의 행동은 2020년 대선에서 승리한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을 막으려고 시도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도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선거 조작'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추긴 지지자들이 2021년 1월 6일 바이든 대통령 승리 인증을 막으려고 연방의사당에 난입해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NYT는 미국 내에 이런 반(反)민주주의 세력의 부상이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강화하려한 배경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가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놀란 것으로 보였다는 반응도 보도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계엄령 선포 몇 시간 만에 낸 짧은 성명에서 "미국은 이 발표를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며 "우리는 한국에서 우리가 목도하는 상황 전개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NYT는 워싱턴DC에선 미국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로 전환하고 있고,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밖에 있는 시기를 노렸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아프리카 앙골라에서 한국의 계엄령에 대해 보고받았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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