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처럼 10시반 이후 배달 뚝 끊겨…식당 사장님들 '쇼크'

입력 2024-12-04 11:45   수정 2024-12-0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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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콜 수 ‘0’. 서울 동작구 한 족발집의 어젯밤 배달 주문 수다. 통상 한시간에 적어도 3~4번씩은 울리던 콜이 전날 밤 10시반을 기점으로 뚝 끊겼다. 이 족발집 유모 사장(37)은 “평소 가게에 티비를 잘 켜놓지 않는 데다가 요리를 해야해 핸드폰도 들여다 보지 않을 때가 많아 상황을 몰랐다”며 “콜 주문 알람이 하도 안 울려 고장이라도 났나 들여다 보다가 폰을 보니 계엄 뉴스가 나오더라. 정말 영화처럼 주문이 뚝 끊기고 주변이 고요해져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다”고 전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야식전문매장에서도 야간 매출이 평소보다 줄었다. 배달 주문량은 감소했는데 배달 기사 배차가 잘 안돼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이 식당 주인 임모 씨(42)는 “새벽에 날씨가 많이 추워 배달 기사들이 다니기 어려운 데다가 계엄이다 뭐다 하면서 이 지역 교통 사정도 나빠져 배차가 어려웠던 것 같다”며 “안그래도 경기가 나빠 장사하기 어려운데 정치권은 시국 상황을 이렇게 몰고 가야하나. 연말 장사 공친 것 같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푸념했다.


계엄령 선포 이후 해제 상황이 밤새 이어지면서 뜬 눈으로 밤을 새운 자영업자들이 많다. 정치적 상황이 연말 경기에 영향을 미칠까봐서다. 소비 심리에 민감한 자영업 시장에선 정국 변화로 행여 성탄절이나 연말 특수를 누리지 못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백화점과 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들 사이에서도 비상연락망을 가동하는 등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긴박하게 돌아갔다.
"연말 장사 끝났다" 불안감 팽배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계엄령 사태에 따른 여파는 외식업계를 강타하는 분위기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포함된 12월은 배달업계와 자영업자들에게 연중 최대 성수기로 꼽힌다. 평소 대비 매출이 통상 30%는 느는 대목인데, 연말 외식 분위기가 사라질까봐 불안해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특히 서울 중구 광화문 일대나 국회가 가까운 여의도 등 서울 도심 집회가 빈번한 지역에선 벌써부터 ‘연말 장사는 끝났다’라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서울 중구 광화문 사거리 인근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종업원 이모 씨(24)는 “최근 들어 거의 매주 대규모 집회가 이루어지면서 평소에도 손님이 별로 없다”며 “사장님이 앞으로 집회가 빈번해 질 것 같은데 이번 연말엔 인력을 좀 줄여야하나 고민하는 늬앙스라 알바생들 사이에서도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전했다.

앞서서도 서울 광화문과 시청 일대에선 연속 5주째 야권과 보수단체가 각각 정부를 규탄·지지하는 집회를 열면서 도심권 혼잡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이날도 민주노총과 참여연대를 포함한 여러 시민단체가 진행하는 무기한 총파업 집회가 열리는 등 ‘정권 퇴진 집회’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실제 촛불집회가 이어진 2016년에 교통마비·신변안전 등을 이유로 시민들이 외식을 하지 않거나 백화점·마트 등을 찾지 않아 관련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기도 했다.
유통?기업들도 연말 대목에 '근심'
유통기업들 사이에서도 계엄령 사태로 소비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돌면서 연말 쇼핑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보통은 연말은 선물 등 소비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인데 정국 변화가 소비 둔화를 가져올까 촉각을 기울이는 중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날 오전 8시 영업본부 임원 임시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령 상황에서 영업전략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날 회의는 계엄령이 선포 6시간 만에 해제되자 결국 취소됐다. 롯데마트 등 주요 대형마트 역시 비상연락망을 가동해 상황을 지켜봤다.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도 비상이 걸렸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계엄령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부 임원들은 온라인을 통해 긴급히 대응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벽 배송을 운영하는 이커머스 업계는 도로 통제, 통행제한 등 조치는 없었기 때문에 별다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유통기업들은 계엄 해제 여파가 ‘성탄절 특수’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도 주목하고 있다. 계엄 해제로 일단락되면서 크리스마스 행사 등 연말 마케팅을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계엄 해제가 매출에 미칠 상황에서 예민하게 지켜보는 상황이다.
'계엄령 대비 생필품 주문 타이밍!' 계엄 마케팅도
반면 위기 상황을 기회로 삼겠다는 업장들도 있다. 서울 중구에선 계엄령 사태를 지켜보며 대형 TV를 주문했다는 호프집 업주도 있었다. 이 매장 주인 김모 씨(39)는 “어제 계엄령 사태가 벌어지고 새로운 손님은 잘 오지 않았지만 오히려 홀에 앉아 있던 손님들은 상황을 지켜본다고 안주랑 술을 잔뜩 주문하는 분위기였다”며 “사람들이 술을 한잔씩 하며 이야기를 할 만한 호프집을 찾는 수요가 있을 것 같아 마케팅을 논의 중이다. 일단 대형 TV를 설치해 뉴스를 지켜보며 술을 마실 수 있도록 홀을 꾸밀 계획”이라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팅에선 쿠팡의 푸시 알림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날 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계엄령 대비 생필품 주문 타이밍. (광고) 찜해두었던 상품을 확인해 보세요. 상품 추가하기 버튼으로 쿠팡 링크를 통해 가격을 추적해 보세요"라는 광고 푸시를 받아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회자가 됐다. 일부 누리꾼은 해당 알림을 온라인 상거래 업체인 쿠팡이 보냈다고 오해했으나, 알림을 보낸 곳은 '크롤노티'로 쿠팡의 수십만 개 상품 중 주목해야 할 만한 가격 하락을 알아서 찾고 가장 빠르게 알려준다는 서비스였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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