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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정치철학자 존 그레이는 "트럼프의 재림은 소련의 붕괴와 그 지정학적 결과에 비견할 만한 역사적 전환점을 의미한다. 바로 리버럴한 세계 질서의 결정적 종말이다"라고 평했다.
'진보(liberal)'를 표방하던 민주당은 '올바름'을 핑계로 많은 것을 부당하게 억압했고, 그 과정에서 상대를 '악(惡)'으로 규정했다. 국경, 인종, 젠더 이슈와 더불어 크립토는 이번 대선의 핵심 쟁점이 되었다.
워런은 테라 루나와 FTX 사태에서도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테라 루나 사태의 피해자들은 사기꾼의 꼬임에 넘어간 멍청이가 아니었다. 취업난과 살인적인 물가상승 속에서 테라 UST와 앵커프로토콜이 약속한 연 19% 수익률에 기대를 건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FTX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시기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자 미국인들은 달러 가치 하락에 대비해 가상자산을 선택했고, 미국 명문가 엘리트가 운영하는 거래소처럼 보이는 FTX에 자금을 맡겼을 뿐이다.
SEC는 많은 미국인이 테라 루나와 FTX에 투자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오랫동안 "일부러 불명확한" 태도를 유지하며 이들의 역외 영업과 미국인들의 이용을 방치했다. 2022년 크립토 업체들이 줄파산하며 가상자산 가격이 장기 급락한 ‘컨테이전(contagion)’ 사태 후 미국 행정부와 민주당은 미국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 미비 책임을 인정했어야 했다. 대신 그들은 이를 '크립토는 악'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활용하며 악에 맞서 싸우는 투사, 악을 벌하는 심판자적 태도를 견지했다.
투사가 진정한 불의에 맞설 때 그 투쟁은 정의롭다. 그러나 투쟁의 대상이 불의가 아니라면 그저 싸움일 뿐이며, 거대한 투사가 권력을 동원해 싸우면 그 자신이 불의이자 거대악이 된다.
미국 민주당이 그랬다. 집권당인 민주당은 행정부와 SEC를 앞세워 워런이 '불의'라고 규정한 크립토를 탄압했고, 그 자체가 불의가 되었다. 미국 크립토 업계와 투자자들은 이에 가장 미국적이고 합법적인 방식으로 저항했다. 그들은 전국 각지에서 공화당을 물심양면으로 전폭 지지했고, 결국 백악관과 상·하원 모두를 공화당이 장악하는 '레드 스윕'으로 이어졌다.
젠더, 인종, 크립토 등 모든 면에서 민주당과 해리스 캠프는 4년 전과 지금의 차이를 읽지 못했다. 해리스는 트럼프의 과오만 지적했을 뿐,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야 할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 바이든 임기 4년 동안 변화한 유권자들의 민심을 읽지 못한 것이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가상자산 투자자가 778만 명을 넘어선 지금도 2017년 긴급대책 때와 같은 시각이다. 가상자산은 '나쁜 것'이고, 어떻게 규제하고 단속해야 나쁜 짓을 막을 수 있을지만 고민한다. 금융당국과 정계는 여전히 악에 맞서는 투사, 악을 심판하는 판관이라는 선명하고 편리한 관점에 머물러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정체성 정치와 다를 바 없다.
정치는 배척과 투쟁이 아닌,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대안과 미래를 제시하는 것이다. 엘리트와 언론의 비난 속에서도 미국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선택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미국의 정치 지형도, 한국의 시장 환경도, 가상자산의 위상도 크게 변화했다. 이제는 관점의 전환이 절실하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코빗 리서치센터 설립 멤버이자 센터장을 맡고 있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사건과 개념을 쉽게 풀어 알리고,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도록 돕는 일을 한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전략 기획,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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