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밤부터 4일 새벽까지 이어진 비상 계엄령 선포로 인해 군인들의 단체 식사 예약이 급히 취소된 사실을 알린 경북 소재의 한 국밥집 사장이 "어수선한 분위기에도 결국 오늘 점심 군 부대원들이 식사 예약 약속을 지켜주셨다"며 훈훈한 후일담을 전했다.
앞서 4일 오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쓴 국밥집 사장 A씨는 모 군부대 B대위와 나눈 문자메시지 대화를 갈무리해 올렸다.
대화에서 B대위는 계엄 선포 2시간여 만인 4일 오전 12시30분께 "사장님 밤늦게 죄송하다"고 운을 뗀 뒤 "내일 점심 예약한 군부대 B대위다. 현재 계엄령 관련해서 저희 부대에 긴급 복귀 지시가 하달돼 죄송하지만 내일 식사하기 힘들 것 같다"며 급하게 예약 취소를 요청했다.
A씨는 "군필자라면 당연히 이해하는 부분이다. 밤늦게 고생 많으시다"며 예약 취소를 받아들였다.
이어 A씨는 "교육받는 군인들 달에 한 번 단체예약으로 식사 40명씩 오는데 계엄령 때문에 취소됐다"며 "준비 다 해놨는데, 상황 알고 있으니 돈 물어달라 하기도 그렇고 군인들이 무슨 죄냐. 준비해 놓은 재료 절반은 다 버려야 한다"며 허탈한 심경을 토로했다.
안타까운 사연에 네티즌들의 관심이 모아진 가운데 A씨는 이후 "해피엔딩"이라며 새로운 글을 게재했다. 그는 "오전 11시께 취소하셨던 B대위가 다시 전화줬는데 '부대 복귀를 하든 안 하든 와서 식사를 꼭 해서 약속을 지키겠다'고 하시더라"라며 "사실 어제 새벽에 연락해주신 것도 계엄령 떨어진 바쁜 와중에 생각해서 연락을 준 것 아니냐. 너무 감사했다"라고 말했다.
A씨는 "부랴부랴 낙담해있던 아내 깨웠더니 눈물을 글썽이더라. 요즘 하루 매출 10만원도 안 될 때가 있어 낙담했는데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며 군인들이 음식을 넉넉히 드실 수 있게끔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잔반도 안 남고 두세공기씩 드시는 분들도 있어서 너무 뿌듯했다"며 "세상이 아직 따뜻한 것을 느꼈다. B대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마음을 전했다.
A씨는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글 원문을 삭제한 상태다. 그는 별도의 게시물을 통해 "혹시나 군인 분들 피해드릴까 봐 앞서 작성했던 글을 삭제했다"면서 "오늘 하루 아들 딸들 낳았을 때만큼 기쁜 하루다. 경북 쪽으로 여행하러 오시는 분 쪽지주시면 보답하겠다"라며 네티즌들에게도 재차 고마움을 표했다.
A씨가 세 차례에 걸쳐 게재한 글들은 모두 해당 커뮤니티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사연을 접한 이들은 "오늘부터 이 가게 상호은 '계엄 국밥'이다", "얼마나 맛있길래 군인들도 이 와중에 약속을 지킨 거냐", "안타까웠는데 너무 잘됐다", "훈훈하다", "어딘지 알려주면 가겠다", "계엄령도 못 막은 맛집이다" 등 A씨와 B대위를 응원하는 반응을 보였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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