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을 둘러싼 형사고소·고발이 줄을 잇고 있다. 고소·고발인들은 대통령이 내란죄·직권남용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한다. 검찰이 직접 내란죄를 수사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수사 관할 부처에 대해서도 주목된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을 찾아 윤 대통령을 내란 및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허 대표는 "아무런 이유 없는 어제 계엄은 헌법 위반이자 분명한 내란 행위"라며 "윤 대통령은 내란 수괴가 됐고 당장 구속돼야 마땅한 특급 범죄자"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에는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대검찰청에 윤 대통령을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오전에는 정의당·녹색당·노동당이 중앙지검에 윤 대통령을 내란죄로 수사해달라며 고소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즉각 출국금지를 조처하고 체포·구속해야 한다"고 했다.
형법 87조는 '대한민국 영토에서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는 경우'로 내란죄를 규정한다. 이때 '국헌 문란'은 헌법·법률 절차를 지키지 않고 헌법·법률 기능을 소멸시키거나 헌법에 의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고소·고발인들은 공통으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국헌 문란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내란죄에 대해서는 검찰이 아닌 경찰이 수사를 맡을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이후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 범위는 경제·부패 수사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경찰로 이송을 보내기는 한다"면서도 "고소·고발 내용을 확인한 후 처리를 결정할 것"이라 전했다.
직권남용죄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김태훈 서울고검 공판부 검사는 검찰이 직권남용죄에 대해서는 수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어제 발표된 계엄사령부 포고령과 관련 조치들은 내란죄 여부를 논하기 전에 검찰에 직접수사 권한이 부여되도록 개정된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대통령과 같은 고위공직자의 직권남용죄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를 맡을 수도 있다. 이날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도 공수처에 윤 대통령을 내란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자신의 직권을 남용해 타인에게 의무가 없는 일을 하게 만들거나 권리 행사를 방해하는 경우 성립한다.
한편 심우정 검찰총장은 이날 일선청 기관장과 대검 각 부서에 '공직 기강을 확립하고 복무 관리를 강화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내렸다. 그는 "엄중한 시기에 검찰 본연의 업무 수행에 차질이 없도록 각별히 유념하고 각 기관장 책임 하에 공직기강을 확립하고 복무관리에 강화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심 총장은 전날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계엄과 관련한 대책을 논의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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