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의 지난 10월 평균 객실단가(ADR)가 80만원 후반까지 치솟았다. 2015년 이 호텔이 문을 연 이후 가장 높은 ADR을 찍었다. 지난해 ADR은 60만원 선이었다. 이 호텔 관계자는 “성수기, 비수기가 따로 없을 만큼 요즘 객실 판매가 잘 된다”고 했다.
국내 호텔들이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에 더해 내국인까지 몰려들고 있어서다. 요금을 높여도 객실점유율(OCC)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 호텔의 ‘슈퍼 호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4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시내 주요 호텔의 OCC는 80% 안팎에 달했다. 11월은 연말 성수기 이전에 잠시 ‘쉬어가는 달’로 통하는데, 성수기 못지않게 객실이 팔렸다. 포시즌스와 웨스틴조선호텔의 OCC가 각각 88%를 기록했고 신라호텔은 85% 수준이었다. 초호화 스위트 객실 일부를 제외하면 사실상 만실이었다. 객실이 1000개 이상이어서 여간해선 OCC 70%를 넘기기 어려운 소공동 롯데호텔과 서울 외곽에 있는 워커힐호텔도 각각 75%를 기록했다.
업계는 이런 높은 점유율이 최근 가파른 숙박가 상승에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한다. 서울 신천동 시그니엘은 10~11월 ADR을 연초 대비 20%가량 올렸는데 OCC는 80%를 웃돌았다. 럭셔리 호텔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서울드래곤시티호텔 또한 지난해 15만원 정도이던 ADR을 올 들어 약 17만원으로 올렸는데 80% 이상의 객실을 꾸준히 판매했다. 올 들어 ADR을 3만원가량 올린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의 OCC는 지난달 95%에 달했다.
소비력이 큰 북미와 중동 관광객 수요가 호텔 ADR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해도 방한 외국인 가운데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5%였다. 이 비중은 올 들어 29%로 떨어졌다. 10월까지 중국인 399만 명이 방문했는데, 이는 2019년 같은 기간의 79.8% 수준이다.
반면 북미 등 미주 관광객은 2019년의 112%, 중동은 115%로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앞질렀다. 한 호텔 관계자는 “중국인 저가 단체 패키지 관광객이 확 줄고 여행객 국적이 다변화하면서 객실료가 높아졌다”고 했다.
호텔 실적은 급격히 좋아지고 있다. 롯데호텔 워커힐호텔 서울드래곤시티호텔 등의 올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가량 증가했고,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의 매출 증가율은 19.1%에 달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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