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80만원' 호텔 방 동났다…비수기에 특급 호황 누린 까닭

입력 2024-12-04 17:30   수정 2024-12-05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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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의 지난 10월 평균 객실단가(ADR)가 80만원 후반까지 치솟았다. 2015년 이 호텔이 문을 연 이후 가장 높은 ADR을 찍었다. 지난해 ADR은 60만원 선이었다. 이 호텔 관계자는 “성수기, 비수기가 따로 없을 만큼 요즘 객실 판매가 잘 된다”고 했다.

국내 호텔들이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에 더해 내국인까지 몰려들고 있어서다. 요금을 높여도 객실점유율(OCC)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 호텔의 ‘슈퍼 호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1월 비수기에도 ‘만실’

4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시내 주요 호텔의 OCC는 80% 안팎에 달했다. 11월은 연말 성수기 이전에 잠시 ‘쉬어가는 달’로 통하는데, 성수기 못지않게 객실이 팔렸다. 포시즌스와 웨스틴조선호텔의 OCC가 각각 88%를 기록했고 신라호텔은 85% 수준이었다. 초호화 스위트 객실 일부를 제외하면 사실상 만실이었다. 객실이 1000개 이상이어서 여간해선 OCC 70%를 넘기기 어려운 소공동 롯데호텔과 서울 외곽에 있는 워커힐호텔도 각각 75%를 기록했다.

업계는 이런 높은 점유율이 최근 가파른 숙박가 상승에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한다. 서울 신천동 시그니엘은 10~11월 ADR을 연초 대비 20%가량 올렸는데 OCC는 80%를 웃돌았다. 럭셔리 호텔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서울드래곤시티호텔 또한 지난해 15만원 정도이던 ADR을 올 들어 약 17만원으로 올렸는데 80% 이상의 객실을 꾸준히 판매했다. 올 들어 ADR을 3만원가량 올린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의 OCC는 지난달 95%에 달했다.
○씀씀이 큰 북미 중동 관광객↑
호텔 ADR 상승의 주된 원인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다. 올 들어 10월까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약 1374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7% 늘어났다. 코로나19 사태 직전 해인 2019년의 94% 수준을 회복했다. K팝, K푸드 등 ‘한류’에 원화가치 하락까지 겹친 영향이다.

소비력이 큰 북미와 중동 관광객 수요가 호텔 ADR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해도 방한 외국인 가운데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5%였다. 이 비중은 올 들어 29%로 떨어졌다. 10월까지 중국인 399만 명이 방문했는데, 이는 2019년 같은 기간의 79.8% 수준이다.

반면 북미 등 미주 관광객은 2019년의 112%, 중동은 115%로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앞질렀다. 한 호텔 관계자는 “중국인 저가 단체 패키지 관광객이 확 줄고 여행객 국적이 다변화하면서 객실료가 높아졌다”고 했다.
○내국인 호텔 소비액 사상 최대
내국인의 호텔 이용도 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본격 해제된 작년부터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폭증했다. 하지만 올 들어 증가폭이 빠르게 둔화했다. 1월 277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10월 238만 명으로 떨어졌다. 특히 4분기 들어 달러뿐 아니라 엔화까지 강세로 돌아서 환율 부담이 커졌다. 이 때문에 해외여행을 계획했던 사람 중 일부가 국내 ‘호캉스’로 방향을 튼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BC카드, 신한카드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내국인의 호텔 소비액은 약 5783억원으로 2019년 연간 소비액(5280억원)을 뛰어넘었다. 2023년 사상 최대치(6337억원)도 넘어설 기세다.

호텔 실적은 급격히 좋아지고 있다. 롯데호텔 워커힐호텔 서울드래곤시티호텔 등의 올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가량 증가했고,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의 매출 증가율은 19.1%에 달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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