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법(칩스법) 보조금 2호’ 기업인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가 미국 상무부와의 보조금 협상을 중단하기로 한 것은 최근 악화하는 경영 상황과 연관이 깊다. 반도체법 보조금에는 미국 내 생산 시설 확장, 기술 개발 투자 등의 조건이 포함돼 있다. 업황 악화에 시달리는 반도체 기업들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보조금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정부로부터 1500만달러를 받기 위해 1억달러를 쓸 순 없다”고 언급하는 등 정부 보조금이 전체 공장 비용의 일부만 지원하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미국 상무부가 마이크로칩에 보조금 1억6200만달러를 제공하는 예비거래각서(PMT)를 체결하기로 했다고 밝힌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이크로칩은 오리건 공장에서 재고 문제로 2주간 직원을 휴업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공장에서는 올해 들어 근로자 강제 휴직이 두 차례 시행됐다.
첫 휴직 조치 당시 수장이던 가네시 무르티 마이크로칩 CEO는 “우리의 목표는 확장을 완료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날에는 애리조나주 공장 폐쇄를 발표했다. 직원 약 500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월가에 따르면 마이크로칩의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4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가 역시 올해 들어 이날까지 24.46% 급락해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연간 상승률 26.1%)에 포함된 기업 중 가장 낮은 성과를 나타냈다.
블룸버그통신은 “마이크로칩이 반도체법 보조금 협상을 중단하고 애리조나 공장을 폐쇄하기로 한 결정은 반도체산업의 순환적 특성을 보여준다”며 “반도체 부문의 호황과 불황은 미래의 투자와 보조금을 협상해야 하는 정책 입안자에게 과제를 안겨준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칩에 배정된 지원금이 재배정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인텔(78억6000만달러), TSMC(66억달러), 글로벌파운드리스(15억달러), 폴라세미컨덕터(1억2300만달러), BAE시스템스(3550만달러), 로켓랩(2390만달러) 등 여섯 곳에 반도체 보조금 지급이 확정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20여 개 기업은 바이든 행정부와 보조금 지급에 관한 PMT를 맺고 협상 중이다. 삼성전자는 보조금 64억달러를 받고, SK하이닉스는 최대 4억5000만달러의 보조금과 최대 5억달러의 정부 대출, 최대 25% 세액 공제 혜택 등을 받는 것이 결정됐으나 아직 최종 계약은 체결되지 않았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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