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의 코스피…"더 나올 악재 없다" vs "바닥 가늠 어렵다"

입력 2024-12-04 17:44   수정 2024-12-05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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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에 커다란 변수가 등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로 금융 시장이 휘청인 데 이어 탄핵 정국까지 본격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치 리스크에 따른 혼란이 심화하면 증시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을 내놨다. 웬만한 악재는 다 나왔기 때문에 저가 매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외인 이탈 가속 우려

4일 유가증권시장 거래량은 약 6억6109만 주로 지난 8월 5일 ‘블랙 먼데이’(7억6378만 주) 이후 두 번째로 많았다. 전날 밤 계엄령 선포가 시장에 충격을 줘 손바뀜이 많이 일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1.44% 떨어진 2464.00으로, 코스닥지수는 1.98% 하락한 677.15로 마감했다.

국내 증시 방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신중해야 할 때라는 비관론과 더 떨어질 곳도 없다는 긍정적 전망이 동시에 나온다. 앞으로도 정치 리스크가 계속 불거질 것이란 점에서 ‘조심하자’는 주장이 적지 않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탄핵 정국으로 흐르면 정책 부재 상태가 지속돼 증시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소비 감소로 이어져 녹록지 않은 상황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 이탈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외국인은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440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오랜만에 유의미한 순매수세를 보였지만 이날 다시 4048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을 바닥이라고 판단할 근거가 약하다”며 “1년 뒤 기업 이익 예상치를 확실히 예측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더 안 떨어져” 저가 매수론도
반면 더 떨어질 여지가 적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치 리스크가 단기 변동성은 가져오겠지만 시스템의 문제는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한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계엄령이 충격적이긴 했지만 6시간 만에 끝났고 바로 정상적인 일상을 회복한 것도 놀라운 일”이라며 “국가 시스템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정치 리스크는 해결되는 쪽으로 흘러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45년 만의 비상계엄까지 겪은 만큼 ‘나올 건 다 나왔다’는 해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계엄보다 더 돌발적인 게 나올 수 있느냐”며 “증시는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하는데 탄핵 정국은 박근혜 정부 때 이미 경험해 본 만큼 증시가 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코스피지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주가순자산비율(PBR) 0.84배여서 추가 하락 여지가 적다는 점도 희망적 요인이다. 일본(1.39배)은 물론 중국(1.16배)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코스피지수가 2400 아래로 빠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저가 매수에 나선다면 고환율의 수혜를 볼 수출주 등 낙폭 과대주를 눈여겨보라는 조언이 나온다. 수출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정책 우려로 최근 적지 않은 조정을 받았다. 이날 SK하이닉스(1.88%), HD현대중공업(2.82%), 기아(0.1%) 등 대형 수출주는 하락장 속에서도 상승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내년 자동차 업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과거 반도체산업처럼 일본·유럽 자동차 회사들이 경쟁에서 탈락하고 현대차그룹이 살아남는 구조 재편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한신/류은혁/조아라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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