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커지는 우원식 국회의장…美 대사와도 전화 통화

입력 2024-12-04 20:26   수정 2024-12-04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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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입법부 수장으로서 국회에서 저지한 우원식 국회의장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는 계엄 선포 사태와 관련해 4일 우 의장에게 먼저 연락해 미국 정부의 입장을 전달했다.

박태서 국회의장 공보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전 9시40분쯤 미국대사관 측에서 우 의장에게 통화를 요청해 골드버그 대사와 우 의장의 통화가 이뤄졌다”며 “우 의장은 골드버그 대사와의 통화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량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당부드린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오전 10시45분부터 8분가량 이뤄진 통화에서 우 의장은 “어제 상황이 급박했는데 국회가 차분히 대응했고, 정치적 상황이 한반도 안보 위기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골드버그 대사가 “한국의 민주적 절차와 한국에 대한 굳건한 지지를 강조하기 위해 연락했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 의장은 3일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의 만찬 회동을 마친 뒤 서울 한남동 공관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계엄 선포 약 30분 만인 오후 11시께 국회에 도착한 우 의장은 경찰차로 봉쇄된 국회 본청에 진입하기 위해 담장을 넘었다. 신변 안전 문제로 국회 경내에 머물던 우 의장은 4일 오전 1시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상정해 가결시켰다. 파이낸셜타임스는 4일자 신문에서 의원들의 노력을 전하며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국회가 막아냈다”고 보도했다.

정치권에서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행정부 기능이 크게 약해진 가운데 우 의장의 대내외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도 우 의장을 한국 내 접촉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국회의장실은 이날 공지를 통해 “계엄 사태와 관련해 국회 외곽 경비를 총괄해 온 국회 경비대장의 국회 출입 금지를 김민기 국회 사무총장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의원 및 보좌진의 국회 출입을 제한했다는 이유에서다.

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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