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선도지구 정했는데"…1기 신도시 재건축 시계 '깜깜'

입력 2024-12-05 08:25   수정 2024-12-0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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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사태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최근 선도지구를 지정한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등 1기 신도시에서 재건축 진행 관련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국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본회의에 보고 후 6~7일 표결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 동력을 상실하면서 재건축을 기다리고 있던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한 주민은 "재건축은 현 정권에서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안"이라며 "그런 정권이 엎어질 위기에 처하니 재건축도 함께 동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민주당이 정국을 주도한다면 '재초환'(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으로 재건축 규제가 한층 강화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고 우려했다.

다른 주민도 "선도지구는 일단 재건축을 추진하겠지만, 앞으로 남은 절차가 많은 만큼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탈락한 단지들도 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다음 순서가 아예 오지 않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선도지구 지정 등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정부가 추진하는 주택공급 정책인데, 이를 책임질 주체가 사라지면 사업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전날 예정됐던 '공공주택 공급 실적 및 공급계획 점검회의'를 취소했다. 올해 주택 공급 현황을 점검하고 내년도 계획을 재정비하는 자리였다.

여야 합의가 필요한 사안들도 논의가 멈출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국회에서는 재초환 폐지가 논의되고 있었다. 재초환은 재건축을 통해 얻은 이익이 조합원 1인당 8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 금액의 최대 50%를 환수하는 제도다. 2006년 도입됐지만 지금까지 실제 부과된 사례는 없다. 올해 3월부터 부담금을 줄이는 내용의 개정안이 시행됐다.

정부는 8·8 부동산 대책에서 재초환 폐지 방침을 밝혔다. 법 개정을 통해 부담금을 줄였지만,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줄어든 부담금도 조합원이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이유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개정한 법을 제대로 적용해보기도 전에 폐지하는 것은 순서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해 관련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26년부터 주택 공급 부족이 가시화한다. 야당도 주택공급 확대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만큼 당장 재건축 규제를 강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비상계엄 사태를 수습해야 하고 이후 정치적 갈등도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규제 완화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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