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케이블TV 갈등에 결국 '블랙아웃'

채널 송출 수수료를 두고 케이블TV와 TV홈쇼핑업계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방송을 중단하는 ‘블랙아웃’이 현실화했다. 그동안 공생 관계였던 케이블TV와 TV홈쇼핑이 각각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모바일 쇼핑 등으로 침체하면서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는 모습이다.

○유료방송·홈쇼핑 이전투구

CJ온스타일은 5일 0시부터 딜라이브와 아름방송, CCS충북방송에서의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연초부터 이어온 송출 수수료 협상이 결렬된 데 따른 것이다. CJ온스타일을 포함한 주요 TV홈쇼핑 가운데 수수료 문제로 방송 송출 중단까지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TV홈쇼핑은 인터넷TV(IPTV),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에 채널을 이용하는 대가로 송출 수수료를 내고 있다.

CJ온스타일은 “케이블TV의 최근 5년 평균 취급액과 가입자가 줄어드는 가운데 해당 3개사의 감소폭이 특히 컸다”며 “방송법과 홈쇼핑 방송 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에 따른 합당한 수수료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방송 중단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개정된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수료 산정 시 비주거용 법인 이용자 수는 제외됐지만 이를 반영하지 않고 수수료 인상을 요구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케이블TV업계는 CJ온스타일이 독단적으로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CJ온스타일이 수수료 60% 이상 인하를 요구했다”며 “케이블TV의 영업권을 심각하게 위협할 뿐 아니라 유료방송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국민의 기본 시청권마저 침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출 수수료 협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양측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꾸리는 대가검증협의체에서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CJ온스타일은 물론 나머지 주요 TV홈쇼핑도 유료방송사와의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딜라이브와, 현대홈쇼핑은 LG유플러스와 합의하지 못해 대가검증협의체에서 논의를 시작했다.

○벼랑 끝 상황에서 극한 대립

TV홈쇼핑과 유료방송업계의 갈등이 지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양쪽 모두 산업 성장이 정체됐거나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티빙 등 OTT가 부상하면서 유료방송을 보는 인구와 이용 시간 모두 감소세다. TV홈쇼핑 역시 TV 시청 인구 감소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TV홈쇼핑과 비슷하게 영상 콘텐츠를 활용해 물건을 파는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이 인기를 얻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케이블TV와 위성방송 가입자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IPTV도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는 작년 상반기 3634만 명(단말장치 기준)으로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이다.

TV홈쇼핑도 마찬가지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주요 7개 업체의 방송 매출은 지난해 2조7290억원으로 전년(2조8998억원) 대비 5.9% 감소했다. 전체 매출에서 방송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56.5%에서 지난해 49.1%로 하락세다. 이들의 지난해 합산 송출 수수료는 1조9375억원으로 방송 매출의 71%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과 TV홈쇼핑 모두 생존에 위기를 느끼고 있어 업체 간 자율협상만으로는 결론을 내기 힘든 상황”이라며 “산업 활성화와 소비자 시청권 등을 고려한 정부의 중재 노력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우/안재광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