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손현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장(부사장)을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사장에 내정하는 등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그룹 DNA’를 SK디스커버리 등 전체 계열사로 확산하기 위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손 신임 사장은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함께 SK그룹의 사업 재편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인수합병(M&A) 등 공격형 경영에서 본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운영 개선’에 방점을 찍고 있는 최근 SK그룹의 사업 재편을 더욱 가속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임원 승진자는 전년 대비 9% 줄어든 대신에 ‘기술, 현장, 글로벌’에 강점을 갖춘 임원을 대거 발탁한 것도 이번 인사의 특징이다.
▶본지 12월 2일자 A13면 참조
손 사장 선임은 최 의장이 그리는 사업 재편의 완성을 위한 인사라는 평이 많다.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과 SK가스,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을 계열사로 거느린 지주사다. 최 의장이 지분을 40% 보유하고 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최 의장의 ‘오른팔’ 역할을 해온 손 사장은 사업 재편과 운영개선(OI) 기조를 SK디스커버리 계열사에 전파하는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사업 재편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신창호 SK㈜ PM 부문장이 SK온 운영총괄 임원(부사장)에 선임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디스커버리 계열사인 SK케미칼의 김기동 경영지원본부장(재무실장 겸직)은 그룹 지주사의 금고지기 역할을 맡는 SK㈜ 재무부문장으로 온다. SK㈜는 투자형 지주사로, SK그룹 전반의 투자를 관장한다. 최 의장과 함께 오랫동안 일한 김 본부장이 주요 계열사의 재무 건전성을 챙기는 등 그룹의 핵심 업무를 하는 자리에 오른 것이다.
SK이노베이션과 지난달 합병된 SK E&S는 13개이던 본부급 조직이 8개로 줄었다. 수소인프라본부와 수소글로벌본부, 재무본부 등이 통폐합됐다. SK이노베이션 역시 12개이던 본부급 조직이 10개로 줄었다. 이 과정에서 지속경영본부와 환경기술실증화센터 등이 통폐합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형 인사도 단행했다.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연구기관에서 신재생에너지 등의 프로젝트를 이끈 김필석 박사를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환경과학기술원장으로 영입했다. 그룹의 북미 대외 업무 컨트롤타워인 SK아메리카스는 대관 총괄에 미국 무역대표부(USTR) 출신 폴 딜레이니 부사장을 낙점했다.
그룹이 가장 힘을 싣고 있는 인공지능(AI) 사업도 강화한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전략·글로벌위원회 산하에 있는 AI·디지털전환(DT) 태스크포스(TF)를 ‘AI 추진단’으로 확대한다. 또 SK텔레콤이 주도하는 ‘AI R&D(연구개발)센터’와 SK㈜ 최고경영자(CEO) 직속 ‘AI 혁신담당’ 조직도 신설하기로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은 그룹의 성장 산업을 담당한다.
김우섭/성상훈/정지은 기자 duter@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