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광장 채운 서울대 학생들…"대통령이 민주주의 파괴"

입력 2024-12-06 11:03   수정 2024-12-0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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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재판에서 전두환에게 사형을 구형했다던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해 민주주의를 파괴했습니다."

서울대학교 학생 이 모 씨(경제학과·21)는 5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 요구 학생총회에서 이같이 참여 소감을 밝혔다. 그는 "선배들이 피 흘려 지켜낸 민주주의가 일거에 후퇴했다"며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광장에 나온 학생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서울대 학생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학생총회를 열었다. 이들은 '윤석열 퇴진 요구의 건'을 총투표수 2556표 중 찬성 2516표, 반대 4표, 기권 36표로 가결했다. 안건을 표결에 부친 김민규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국가 권력이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는 기꺼이 권력에 저항할 것"이라며 "불의에 저항하고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학생총회는 대학생의 최고 의사표현 수단이다.학사 과정 재적생 10분의 1 이상이 참석해야 성사된다. 이날 오후 5시부터 모이기 시작했고 오후 8시 40분 2707명이 참여하며 정족수(1551명)를 충족, 총회가 개최됐다. 학생들은 스마트폰 불빛을 흔들고 가수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합창하며 윤 대통령의 퇴진을 단일하게 요구했다. 이는 과거 팔뚝질과 민중가요로 상징되던 모습과는 다른 학생총회의 변화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대 동문 중 가장 자랑스러운 인물로 꼽힌 윤석열 대통령이 현재 학생들의 비판을 받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는 얘기가 학생들 사이에서 나왔다. 윤 대통령은 2020년 12월 서울대 동문들이 온라인에서 진행한 '2020 하반기 자랑스러운 동문상' 투표에서 총 1283표 중 1149표(89.5%)를 얻어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를 원칙대로 진행하며 '공정과 상식'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그러나 현재, 대다수 학생은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비판했다. 김도균(윤리교육과·20) 씨는 "정치적 성향을 떠나 보수의 제1 가치는 경제와 안보다. 하지만 계엄으로 둘 다 놓친 대통령을 용서할 수 없어 광장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직속 후배 격인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도 이날 퇴진을 사죄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문을 통해 "우리와 같은 강의실에서 같은 헌법을 배운 선배 윤석열이 벌인 참극에 후배로서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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