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와 비상계엄 사태 여파 등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입주에 어려움을 겪는 수도권 수요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잔금대출을 마련하지 못해 ‘마이너스피’ 매물을 내놓는 집주인도 나타나고 있다.
8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지난달 93.8%에서 이달 88.6%로 5.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조사됐다. 광역시(98.5%→90.2%, -8.3%포인트)나 도 지역(87.1%→86.6%, -0.5%포인트)보다 수도권(101.9%→90.6%, -11.3%포인트)의 낙폭이 훨씬 컸다.
서울의 입주전망지수는 지난달 105.2%에서 이달 100%로 5.2%포인트 떨어졌다. 인천(103.4%→86.2%)과 경기(97.0%→85.7%)의 낙폭은 각각 17.2%포인트, 11.3%포인트에 달했다. 정부가 지난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를 시행하면서, 수도권 대출 문턱을 더 높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 속 제한된 대출 한도가 입주전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지속되는 대출규제 및 트럼프발(發) 경기불안심리에 이어 비상계엄 선포까지 겹치며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가 예상돼 주택사업자들의 시장회복에 대한 관망세가 짙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수도권 입주율(입주 지정 기간이 도달한 아파트 가운데 자금을 완납한 가구 비중)은 소폭 개선됐다. 지난 10월엔 81.6%를 기록했는데, 11월엔 82.3%로 0.7%포인트 올랐다. 다만 잔금대출을 마련하지 못해 애를 먹는 입주예정자들이 많아, 시장 혼란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분양계약자를 대상으로 미입주 원인을 조사한 결과 ‘잔금대출 미확보’에 응답한 비율이 지난 10월 30.9%에서 지난달 37.9%포 대폭 상승했다. 주택산업연구원 측은 “서울과 경기도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일부 수분양자들일 분양권보다 저렴한 가격에 매물을 내놓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실수요자에 대한 잔금대출을 조속히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