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전 10시 고려대 중앙도서관 앞. 학생들은 당연한 듯 텀블러 세척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하지 못해 느끼던 불편함은 많이 사라졌다고 했다. 김서율 씨는 “지속가능한 캠퍼스를 위한 ‘좋은 불편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문석환 대외협력팀 과장은 “여름 폭염과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한 기상이변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며 “태블릿 PC를 활용해 회의를 진행하면서 자료 인쇄가 필요 없어지고, 회의 중 나온 아이디어를 바로 문서에 반영할 수 있어 업무 효율이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학생들 역시 종이 줄이기에 나섰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인 홍윤성 씨는 “학생의 90% 이상이 태블릿 PC로 공부한다”며 “대부분 교재는 e북으로 구입해 사용한다”고 말했다.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학사 과정도 마련됐다. 고려대는 ‘마이크로디그리’ 제도를 통해 사회과학 분야에서 ‘공공가치와 사회적 책임’, 자연과학 분야에서 ‘에너지 신산업’ 등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과정을 이수한 학생에게 증명서를 발급하고 있다.
신재혁 고려대 지속가능원장은 “유엔이 2015년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채택한 이후 지속가능성은 글로벌 대학 평가에서도 중요한 요소가 됐다”며 “캠퍼스 전체가 실천에 동참할 수 있도록 활동을 알리고, 국내 최고 지속가능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내 지속가능 목표 달성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동시에 각 단과대를 돌며 학내 지속가능 사업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신 원장은 “사회공헌원 개편과 동시에 18개 단과대학을 돌면서 지속가능 정책 관련 협조를 구했다”며 “변화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학교에서 기후변화에 선제 대응하는 걸 지지하는 반응이 다수”라고 전했다.
다른 대학과의 협력도 강화한다. 지난달 서울대, 연세대, 포스텍과 함께 지속가능 캠퍼스 이니셔티브 선언식을 열었다. 선언에 참여한 대학들은 탄소 배출 감축, 자원 재활용, 행정 업무의 디지털 전환, 친환경 인프라 구축 등을 약속했다. 고려대는 “태양광발전 설비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포함한 재생에너지 관련 필수 시설을 이른 시일 내 캠퍼스에 설치해 2045년까지 탄소중립 캠퍼스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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