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아사드 대통령, 러시아 망명…각국 반군 승리 인정

입력 2024-12-09 07:33   수정 2024-12-09 07:58



시리아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하기 직전 사라져 생사가 불분명했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러시아 모스크바로 도망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러시아와 이란도 반군의 집권을 인정했다. 미국은 시리아 반군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S)에 대한 평가는 유보했고, IS의 득세를 막기 위한 군사 작전을 벌였다.

8일(현지시간) 러시아 크렘린궁의 한 소식통은 국영 스푸트니크 통신에 "아사드와 그 가족이 모스크바에 도착했다"며 "러시아는 인도주의적 고려에 따라 그들에게 망명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 외무부는 "아사드가 시리아를 떠나 평화적인 권력 이양을 명령했다"고 전했다.

항공기 항로 추적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Flightradar24)에 따르면 다마스쿠스가 반군에 함락될 무렵 항공기 한 대가 공항을 이륙했다. 그러나 이 항공기에 아사드 대통령이 탑승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고, 아사드가 항공기로 탈주를 시도했으나 격추됐다는 설도 나돌았다.

아사드 대통령은 2000년 아버지 하페즈 알 아사드로부터 권력을 넘겨받아 25년간 집권했다. 하페즈가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1971년부터 53년 이상 부자가 독재를 이어온 셈이다. 아사드 대통령은 2010년대 내전 발발 후에는 화학무기까지 사용해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 국제사회에선 '중동의 불사조'로 불리며 최악의 학살자, 전쟁 범죄자로 비판받는다.

알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린 중심 세력인 이슬람주의 무장단체 HTS는 새로운 정부 수립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때 사망설이 나돌았던 HTS의 수장 아부 모하메드 알 골라니는 지난주 CNN과의 인터뷰에서 "시리아는 1인 통치자가 자의적인 결정을 내리는 시스템이 아닌 제도적 통치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미국이나 유럽연합(EU)에 의해 테러리스트로 지정된 것과 관련해 "단어가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해야 하며 그런 판단은 정치적이며 틀릴 때가 많다"며 "테러리스트란 민간인이나 난민을 고의로 살해하고 그들의 마을을 파괴하는 자를 말하며, 이슬람과 강대국 정부도 전쟁과 학살을 벌인다"고 항변했다. 이어 이라크에서 알카에다에 합류한 것과 관련해 "당시 이라크를 지키기 위해 간 것이니 그런 의도(극단주의 옹호)로 간 것이 아니다"며 "이라크에서 일어났던 일이 시리아에서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 IS와 결별했다"고 단언했다.

아사드 정권이 축출된 이날 러시아 외무부는 "시리아에서 포용적 과도정부를 수립하려는 노력을 지지한다"고 입장을 냈다. 오는 9일 시리아 상황에 대한 비공개 특별 회의를 9일 열어줄 것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요청했다. 이란 외무부도 성명에서 "이란은 최근 사태 속에 시리아의 통합과 주권, 영토 보전을 존중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한다"며 "시리아의 미래와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파괴적인 간섭이나 외부의 강요 없이 전적으로 시리아 국민의 책임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란과 함께 아사드 정권을 지원해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시리아 반군의 수도 점령과 관련해 "오랫동안 고통을 받던 시리아 국민이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할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의 순간"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은 여전히 HTS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HTS는 자신들이 이슬람국가(IS)와 결별했다고 주장한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날 B-52, F-15, A-10 등을 동원해 시리아 중부에 있는 IS 기지와 대원 등 75개 표적을 공습했다. 중부사령부는 "테러 집단이 외부 작전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현재 상황을 이용해 시리아 중부에서 재건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시리아의 모든 단체는 IS와 어떤 식으로든 협력하거나 지원하는 경우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니얼 샤피로 미국 국방부 중동 담당 차관보는 바레인 마나마에서 기자들과 만나 "IS 세력의 발호를 막기 위해 시리아 동부에 주둔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시리아에서 일부 쿠르드족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 북쪽 시리아 국경과 접한 골란고원 점령지를 찾아 "이란 '악의 축' 핵심 고리였던 아사드 정권이 몰락했다"며 "중동에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사드 정권을 지지해온 이란과 헤즈볼라에 타격을 가한 데 따른 직접적인 결과"라고 자평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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