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금융주를 대규모로 팔아치우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3일) 직후인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금융 대장주인 KB금융지주 주가는 15.7% 떨어졌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우리금융도 각각 9.0%, 7.9%, 5.9% 하락했다.
9일 오전 10시 30분 현재 금융주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KB금융은 8만2400원, 신한금융은 5만300원, 하나금융은 5만7200원, 우리금융은 1만5630원에 거래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 비상계엄 리스크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 판단하고 재빠르게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 투자자의 금융 업종 순매도는 지난 4일 2551억원, 5일 2786억원, 6일 1759억원 등으로 총 7000억원을 넘는다. 올해 들어 금융 업종 순매도가 2거래일 연속 2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상계엄 사태 전까지 금융주는 올해 국내 증시가 어려운 가운데도 밸류업 정책 수혜주로 주목을 받으며 거의 유일하게 상승세를 보였던 업종이었다. KB금융은 주가가 연초 대비 75% 이상 뛰었고 하나금융과 신한금융은 40% 이상 올랐으며, 전직 회장의 친인척 불법대출 사태 등 잇따른 악재를 겪은 우리금융도 30% 가까이 상승했다. 기존에도 외국인이 많이 들고 있었던 종목이지만 올 들어 매수세가 더 강해졌는데 비상계엄 사태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팔자’로 돌아선 것이다.
정국 혼란이 지속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동력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계엄 선포 이후 정치적 혼란은 국가 전망을 더 어둡게 만들었고, 이는 한국의 디스카운트를 근절하기 위해 시작한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밸류업 정책은 주주환원 의지가 높은 저평가주를 발굴하고 지원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기업가치 저평가)를 해소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핵심 전략은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 및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 등이다. 정부는 지난 9월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100개 기업을 발표했고 이달 20일 밸류업 지수에 구성 종목을 추가로 편입한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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