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교수 1086명에게 올해의 사자성어를 뽑아달라고 한 결과 도량발호가 41.4%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교수신문은 “권력자는 국민의 삶을 위해 노력하고 봉사하는 데 권력을 선용해야 함에도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고 있다”며 “권력을 가진 자가 제멋대로 행동하며 주변 사람들을 함부로 밟고, 자기 패거리를 이끌고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설문은 ‘비상계엄 선포’가 있기 직전인 지난 2일까지 진행됐다. 도량발호를 선택한 교수들은 대통령 부부의 국정농단 의혹과 친인척 보호, 정부·기관장의 권력 남용, 검찰독재, 굴욕적인 외교, 경제 몰이해와 국민 삶에 대한 무관심, 명태균·도술인 등 사인에 의한 나라의 분열 등을 추천 사유로 꼽았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에 추가 의견을 묻는 질문에 교수들은 ‘비상계엄 선포 사태는 올 한 해 보여준 권력 사적 남용의 결정판’이라고 평가했다. 한 사회과학대 교수는 “오로지 진영 논리나 세력의 크기만 믿고 함부로 날뛰는 행동이 만연해 있다”며 “그런 행동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풍조가 확산하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추천위원단 사자성어 추천 △예비심사단 심사 △전국 교수 설문조사 등의 단계를 거쳐 선정된다. 도량발호 외에 후안무치(厚顔無恥·낯짝이 두꺼워 부끄러움이 없다, 28.3%) 석서위려(碩鼠危旅·머리가 크고 유식한 척하는 쥐 한 마리가 국가를 어지럽힌다, 18.5%)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 7.1%) 본립도생(本立道生·본이 서야 길이 생긴다, 4.7%) 등이 뒤를 이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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