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反세계화 태풍 앞에 놓인 한국 기업

입력 2024-12-09 17:29   수정 2024-12-10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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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하나의 ‘국가’입니다. 글로벌 시장에 국경을 열어둔 ‘경제’가 아닙니다.”

2017년 2월 23일 메릴랜드주 내셔널하버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당시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단상에 올라 이같이 말했을 때 미국인들의 마음은 크게 흔들렸다.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배넌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할 일을 세 갈래로 소개했다. “첫 번째는 국가 안보와 주권을 되찾는 일, 두 번째는 경제 민족주의에 관한 일, 세 번째는 행정국가를 해체하는 일이다. ”
反세계화의 상징인 트럼프
그의 거침없는 언변 속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요소가 있었다. 1·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형님’을 자처하며 세계화를 주도해 오는 동안 국가의 개념은 희미해졌다. 미국인들은 세계가 잘되도록 하는 것이 미국이 잘되는 길이라고 믿어 왔고 한동안 그런 듯이 보였지만, 사실은 아닌 부분이 있었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미국 GDP 비중은 1960년대 40%에서 최근 25%로 쪼그라들었다. 그동안 중국은 급성장했다.

7년여가 지난 지금, 미국은 다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맞을 예정이다. 지난 트럼프 1기 정부에서 온건하게 시행하려던 정책, 탕평을 추구했던 인사는 거의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트럼프 당선인의 마음은 확고하다. 그는 충성파만을 데리고 초반 1~2년 동안 모든 정책을 속전속결로 집행할 생각이다. 배넌이 말한 세 가지 정책의 축은 그대로이고, 강도는 한층 강해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흠결이 많은 사람이다. 송사에 휘말린 것도 많고 폭로된 추문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국경이 필요하다”는 트럼프의 주장에 공감하는 이들에게 그까짓 개인사는 별문제거리가 아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의 전통적 가치인 자유나 민주주의를 상징하지는 않는다. 시장을 지지하지만 시장경제를 상징한다기에는 모호한 점이 있다. 그가 상징하는 것은 반(反)세계화다.
시련 다가오는 한국 기업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됐다고 하더라도 강도에 차이가 있었을 뿐 이런 흐름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집권한 뒤에 트럼프 1기의 대중 관세정책 등을 그대로 이어갔다.

이번 트럼프 2기 정부에서도 ‘국경 있는 세계’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이미 25%의 대(對)멕시코·캐나다 관세 도입과 10%의 대중국 관세 추가 부과 방침 등을 밝혔다. 한국을 벼르고 있는 피터 나바로 전 무역위원회 위원장도 무역 및 제조업 선임고문 자리에 돌아왔다. 높은 관세, 낮은 에너지 비용과 물가, 낮은 달러 가치, 강한 기축통화 지위 등 그가 주장하는 목표는 상충하지만 이들은 개의치 않는다. 비용을 좀 치를 마음의 준비도 돼 있다.

한국은 중국과 더불어 세계화의 총아였다. 최근 20여 년 동안 특히 중국 경제 성장에 힘입어 경제 덩치를 키웠다. 반세계화 흐름은 그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 기업과 경제에 긍정적이기 어렵다. 전과 달리 이제는 기업의 국적, 자금의 국적도 시시콜콜 따지게 됐다. 한국 기업의 기를 북돋울 모든 방법을 강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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