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이 끝나자마자 바로 수첩에 앞으로 보강해야 할 점을 적었어요. 퍼터가 아쉬웠고 근육을 좀 더 만들자 등을 비롯해 지금도 계속 리스트를 채워가고 있어요. 오랫동안 부상 없이 도전하는 모습으로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습니다.”
9일 전화로 만난 양희영(35)은 “그 어느 때보다 길고 아쉬움이 가득한 시즌을 보냈다”며 이렇게 말했다.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 파리올림픽에서의 메달 경쟁, 시즌 최종전에서의 톱10 등 굵직한 기록을 남긴 그의 눈은 벌써 내년 시즌을 향해 있었다.
최고 상금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35세 여성 골퍼에게 선뜻 손을 내미는 후원사가 없었다. 그는 “그래도 실망하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매일 해야 할 일, 그날의 라운드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 6월 양희영은 메이저대회 KPMG여자PGA챔피언십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우승했다. 자신의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이자 올 시즌 한국 선수의 첫 승이었다. 그는 “특별히 기술적 문제가 없는데 스코어로 이어지지 않는 답답한 흐름이 상반기 내내 이어져 은퇴를 잠깐 고민했다”며 “그래도 메이저대회 우승 이후 상승세를 탔다”고 했다.
그에게 2024년은 아쉬움도 많이 남은 시즌이다. 양희영은 “22개 대회에서 일곱 번이나 커트 탈락한 것이 가장 아쉽다”며 “시즌 최종전이 끝나자마자 수첩에 ‘꾸준함’을 기록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1타 차이로 메달을 놓친 파리올림픽도 못내 아쉬운 대회다. 그는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4위를 차지해 아깝게 메달을 놓쳤다. KPMG여자PGA챔피언십 우승으로 출전권을 극적으로 따낸 파리올림픽이 그에게 더욱 특별했던 이유다. 양희영은 “정말 잘하고 싶었는데 마지막 날 퍼즐 한 조각이 부족했다”며 “응원해준 국민들에게 기쁨을 드리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반가운 변화도 있다. 파리올림픽을 앞둔 7월 키움증권이 양희영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의 가치를 알아준 후원사의 지원에 힘입어 시즌 최종전을 공동 8위로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양희영은 “스마일이 귀엽긴 했지만 키움증권 이름이 새겨진 모자는 저에게 남다른 든든함과 힘을 준다”며 “모자를 쓸 때마다 잘해야겠다는 열정이 샘솟는다”고 강조했다.
17년째 미국에서 활동 중인 그는 “더 많은 한국 동생과 LPGA투어를 뛰고 싶다”며 “LPGA투어는 도전할 만한 무대”라고 강조했다. “한국과 다른 잔디, 매주 이어지는 장거리 이동에 적응하기가 첫 1~2년은 많이 힘들 거예요. 그래도 큰 무대에 동생들이 용감하게 도전할 수 있도록 저 역시 제 자리에서 오랫동안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하루하루 저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앞으로 나아가며 동생들과 함께 경쟁할 날을 기다릴게요.”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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