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올해의 마지막 달이다. 혼란스러운 정치 경제 상황이 계속되는 만큼 사람들은 불안에 빠져 있다. 하지만 과거에도 그랬듯, 현재의 위기도 언젠가는 종식이 되며 개인의 삶은 계속될 것이다. 미래의 나를 위해 ‘12월의 루틴’을 잊지 말아야 할 이유다. 12월은 한 해 동안 내 연금계좌를 어떻게 관리했는지 살펴볼 때다. 얼마나 저축했고, 얼마나 잘 투자했으며, 앞으로 어떻게 운용해 나갈지 점검해볼 시간이다.
하지만 미래의 나를 위한 행동이 막상 말처럼 쉽지는 않다. 대니얼 길버트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가 한 연구는 인간의 이런 심리적 경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18~68세에 이르는 수천 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첫 번째 그룹에는 앞으로 10년 후 자신의 가치관이 얼마나 변할지, 두 번째 그룹에는 지난 10년간 자신의 가치관이 얼마나 변해 왔는지 물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사람들은 과거의 변화에 대해서는 크게 느끼는 반면 미래의 자신이 어떤 변화를 겪을지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과거를 기억하기는 용이하지만 미래를 상상하는 것은 어려운 탓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역사가 끝났다는 착각(The End of History Illusion)’이라고 부른다.
한 해 동안 연금계좌에 저축한 금액을 점검해보니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바로 이런 경향성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문제는 연말에 이 부족함을 만회하려 하는 시도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를 비롯해 연말연시에 특별한 지출이 예정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큰 문제는 없기에 저축은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 패턴이 반복되면 미래의 나를 위한 저축은 점점 더 요원해진다.
중도에 적립을 포기하면 돈이 돈을 벌어주는 복리효과가 치명타를 입는다. 워런 버핏과 함께 벅셔해서웨이를 이끌었던 찰리 멍거가 복리의 첫 번째 규칙을 “절대 불필요하게 중단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더불어 장기적으로 부를 축적하기 위해 멍거가 한 조언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투자에서 큰돈은 사거나 파는 것이 아니라 기다림에서 비롯된다”
혼돈의 시기는 일상적인 저축과 투자 활동에 균열을 가져온다. 내 돈이 불확실한 상황에 놓이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는 혼돈 속에서 기회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 기회가 정말로 ‘기회’였음이 밝혀지기까지는 역시 기다림의 미덕이 필요하다.
오현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수석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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