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있으면 은퇴하는데, 강북에서만 30년 살아 강남에서 한 번 살아보고 인생 마무리하고 싶어서 왔어요."(모델 하우스에서 만난 50대 예비 청약자)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지어지는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이틀간 5만명이 넘는 청약자가 몰렸다. 시세 차익이 무려 8억원에 달하는 데다 강남권 분양인 만큼 교육에 관심이 있는 학부모들도 가세했다. 여기에 실거주 의무가 없어 투자 수요까지 더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아크로 리츠카운티는 1순위 청약을 진행했는데 71가구 모집에 무려 3만4279명이 신청했다. 평균 경쟁률은 482.8대 1이다. 가장 높은 경쟁률은 전용면적 84㎡D로 7가구 모집에 5779명이 청약해 825.57대 1의 경쟁률이 나왔다. 나머지 면적대도 모두 세 자릿수 경쟁률이 나오면서 양호한 성적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 9일 진행한 특별공급에도 많은 청약자가 몰렸다. 55가구(기관 추천분 제외)를 모집한 특공엔 모두 1만7300명이 접수했다. 평균 경쟁률은 314.54대 1이다. 생애 최초가 12가구 모집에 8053명이 몰려 671.08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이 나왔다. 신혼부부 263.2대 1(25가구 모집에 6580명), 다자녀가구 176.28대 1(14가구 모집에 2468명) 등도 세 자릿수 경쟁률이 나왔다. 이틀간 이 단지를 분양받으려 몰린 청약자만 5만1579명이다.
시세 차익이 크다는 점이 청약 흥행의 배경으로 꼽힌다. 아크로 리츠카운티 분양가(최고가)는 전용 84㎡ 기준 21억7120만원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방배동 대장 아파트인 ‘방배그랑자이’ 전용 84㎡는 지난 10월 29억3000만원에 손바뀜했다. 분양가가 시세보다 8억원가량 낮은 셈이다.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40대 청약자는 "강남권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분양가가 매겨지지 않느냐"며 "낮은 가격에 강남에 진입할 기회인 것 같아 올해 강남권 청약을 계속 도전하고 있는데 이번엔 꼭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남권에 들어서는 단지인 만큼 아이들의 교육을 염두에 둔 학부모들도 몰렸다. 이 단지 내에는 어린이집을 비롯해 반경 1㎞ 안에 방일초, 서초중, 상문고 등 강남 8학군 학교들이 밀집해있다. 신흥 부촌으로 떠오른 반포동 학원가와 전통적으로 유명한 대치동 학원가도 차량으로 이용할 수 있다. 소위 ‘라이딩’까지 고려하고는 학부모라면 큰 부담은 없는 수준이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를 뒀다는 40대 예비 청약자는 "아이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가급적 강남구와 서초구 학교에 배정받을 수 있는 단지에 청약을 넣고 있다"며 "반포동과 대치동 학원가는 학부모들 사이에 호불호가 조금 갈리는 편인데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대치동 학원가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단지지만 실거주 의무를 피했다는 점도 청약자를 끌어모았다. 금융당국이 대출에 대한 문턱을 높인 상황에서 자금 조달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얘기다. 계약금 20%와 중도금 1회차만 내고 중도금 6회차 중 5회차는 대출받은 뒤 잔금은 전세 세입자를 들여 치를 수 있다. 인근에 있는 방배그랑자이 전용 84㎡는 지난 9월 15억원에 세입자를 들였다.
이 단지 분양 사무소 관계자는 "뿐만 아니라 세대 천장고를 일반 아파트보다 더 높였고, 방마다 창문을 달아 개방감을 주려고 노력했다. 여기에 곳곳에 팬트리 등을 설치해 넉넉한 수납공간을 마련했다"며 "층간소음을 대폭 줄여주는 D-사일런트 플로어를 적용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편리하게 처리하는 자동이송설비 등 DL이앤씨의 신기술이 집약됐다"고 설명했다.
아크로 리츠카운티는 오는 18일 당첨자를 발표하고 오는 29~31일 계약을 진행한다. 입주는 2027년 10월 예정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박수림·박혜민·정희준 한경닷컴 인턴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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