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에도 걱정 없어요"…5060 사이 인기 폭발한 자격증

입력 2024-12-10 17:29   수정 2024-12-11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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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는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50대 남성 중소기업 근로자 A씨는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을 내년 목표로 세웠다. 어머니 간호와 함께 퇴직 이후 삶까지 준비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내일배움카드로 국비 지원을 받아 자격을 취득하면 집 근처 병원에 취업할 계획이다.

1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5060세대 근로자 중 회사를 다니면서 국비 지원 직업훈련에 참가하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민관을 불문하고 각종 조사에서 근로자 평균 퇴직연령은 50세 전후로 나타났다. 기대수명이 증가해 더 길어진 은퇴 후 생활을 위해 새로운 직업 훈련을 찾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060 직업훈련 선호도 1위는
최근 안우진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연구위원의 ‘인구 고령화와 직업훈련’ 연구에 따르면 재직자의 ‘국민내일배움카드’ 훈련 참여에서 5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5년 10.7%에서 지난해 25.4%로 2.5배가량으로 높아졌다. 60대 이상 비율은 같은 기간 2.2%에서 10.2%로 5배가량으로 뛰었다. 40대도 같은 기간 23.1%에서 25.3%로 소폭 높아졌다.

내일배움카드는 재직자 등에게 취업이나 직무수행에 필요한 교육훈련 비용을 5년간 30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국비로 지원하는 제도다. 고용부가 올 들어 10월까지 내일배움카드 직업훈련에 참여한 5060세대가 가장 많이 수강한 훈련 과정을 국가직무능력표준(NCS) 단위로 분석한 결과, 훈련에 참여한 50대 13만9389명 가운데 ‘의료기술지원’ 훈련을 받은 인원이 2만60명(14.4%)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일반사무, 음식조리, 식음료서비스, 정보기술 순이었다. 60대 이상에서도 전체 훈련 인원 7만4094명 중 의료기술지원이 2만2056명(29.7%)으로 가장 많았다.

50대와 60세 이상 직업훈련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의료기술지원 관련 직종은 최근 중장년 사이에서 인기 직종으로 떠오르는 요양보호사가 대표적이다. 고령화로 수요는 급증하는데 인력 유입이 적은 편이라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실시하는 요양보호사 전문자격 취득자는 요양원은 물론 국립병원에서도 공무직으로 채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 50대 여성 요양보호사는 “친구들끼리 요양보호사나 간호조무사 자격을 따기 위해 함께 학원을 다니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에는 자격증을 취득하고 요양원에 근무하는 남성 요양보호사도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뭐라도 해야지”…단순기능직·창업 내몰려
제2 인생을 위해 ‘학원을 다니는 5060’이 크게 늘고 있지만 예산 등 정부 지원은 충분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2025년 예산안에 따르면 고용부는 760억원 예산이 소요되던 국민취업지원제도-일경험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그 대신 중장년 인턴제를 신설하고 예산 36억원을 편성했다. 거의 95%에 달하는 예산이 삭감된 셈이다.

교육훈련 프로그램이 ‘단순 기능 업무’와 ‘창업’ 중심인 것도 문제다. 5060에서 모두 2위를 차지한 ‘일반사무’는 주로 컴퓨터 관련 사무보조 기술을 배워 단순 행정·사무직으로 재취업할 수 있는 과정이 대부분이다. 각각 3위와 4위인 음식조리, 식음료서비스도 전업보다는 창업 대비용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재취업이 용이한 훈련과정이 많지 않다 보니 특정 분야에 훈련이 집중되는 문제도 있다. 60대 이상 내일배움카드 훈련 참여자 중 요양보호사 준비 인원은 열 명 중 세 명꼴이다. 50대도 14.4%가 요양보호사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양성한 요양보호사 14만 명 중 현장 업무 종사자는 22.8%에 불과하다. 국비 지원을 받아 일단 따놓고 보자는 식의 ‘장롱 자격’이 상당수라는 의미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훈련생이 45%를 부담하고 나머지는 국비로 지원했지만, 올해부터 훈련생이 훈련비 90%를 내고 수료 후 해당 직종에 취업하면 전액 환급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고학력 5060 걸맞은 교육도 필요
본격적으로 고학력화 시대가 열린 베이비붐 세대에 맞는 직업훈련 체계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퇴직자총연합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고령 퇴직자 재취업 및 직업훈련 욕구조사 연구용역’에서 45세에서 74세 사이 고령 퇴직자 2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장 오래 다닌 직장을 퇴사한 뒤 12.1%만 직업훈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훈련을 받지 않은 이유로는 ‘적합한 훈련과정이 없어서’(24.5%), ‘비용이 많이 들어서’(12.7%), ‘직업훈련을 받아도 활용이 어려워서’(9.2%) 순서로 응답률이 높았다.

전문가들은 산업 전환 과정에서 중장년의 직무 적응을 도울 훈련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새로운 기술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기업이 현장에서 직접 직무훈련을 제공하기는 어렵다”며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고용부와 한국폴리텍대는 40세 이상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폴리텍 신중년 특화훈련과정’ 훈련 인원을 올해 2500명에서 2026년까지 1만5000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중장년층의 취업 성과가 높은 전기, 산업설비 등 전통산업 분야에도 디지털 전환을 반영해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하는 기반 시설을 순차로 확대한다.

곽용희 기자

■ 잡리포트 취재팀

백승현 좋은일터연구소장·경제부 부장
곽용희 경제부 기자·이슬기 경제부 기자
권용훈 사회부 기자·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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