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을 품으면서 10년 만에 기업 인수 행보에 나선 메리츠금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MG손해보험은 앞서 네 차례나 매각이 실패할 정도로 업계에서는 애물단지로 여겨졌다. 일각에서는 메리츠금융의 전략적 성장과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김 부회장이 승부수를 던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MG손해보험은 2022년 금융위원회가 부실 금융회사로 지정하면서 매각 절차가 시작됐다. 시장에서 예상한 매각가는 2000억~300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회사 정상화를 위해 1조원의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해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서는 곳이 없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8월 네 번째 매각 입찰에서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을 최종 인수하면 업계 2위인 DB손해보험을 위협할 수 있다. 메리츠화재의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상 보험사의 주요 경영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은 지난해 말 기준 10조4687억원이다. MG손해보험(6774억원)과 합치면 11조1461억원이 된다. DB손보(12조1524억원)와의 격차를 1조원 차이로 따라잡는다.
자산부채이전(P&A) 방식을 통한 인수가 가능한 것도 메리츠화재가 참전한 배경으로 꼽힌다. P&A 방식은 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과 부채 중 일부만 선별적으로 인수할 수 있다. M&A와 달리 고용승계 의무가 없다. 메리츠화재는 대표적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이 226.9%로, 금융당국 권고치(150%)를 훨씬 웃돈다. MG손해보험(킥스 44.4%)의 부실자산을 흡수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여기에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약 50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번 MG손해보험 인수는 김 부회장이 평소 밝혀온 M&A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김 부회장은 인수 가격과 주주가치를 M&A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내세워 왔다. 그는 지난 5월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때 “지금까지 M&A가 없었던 건 가격이 너무 높아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현재 금융 상황이 여러 터뷸런스(난기류)를 거치며 좋은 기회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격이 적절한지, 그 사업을 이끌 인재가 확보됐는지, 리스크 규모와 성격을 감당할 수 있는지 등을 M&A할 때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달 14일 3분기 실적 발표 때도 “단순 외형 확대보다 주주 이익에 부합하는지 주안점을 두고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메리츠화재가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지만, MG손보를 최종 인수하기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다. 실사 과정에서 MG손보의 부실이 예상보다 클 수 있어서다. 김 부회장도 이를 염두에 둔 듯 “주주 이익에 부합하면 완주하고 그렇지 않으면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메리츠화재는 고용승계 의무가 없지만, MG손해보험 노조는 전 직원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의 반발이 인수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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