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계엄 쇼크에 산산조각 난 기업 미래 전략

입력 2024-12-10 17:49   수정 2024-12-11 00:12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국 불안에 기업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사업 구조개편 작업마저 무산됐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12일로 예정된 ‘분할·합병 임시주주총회’를 전격 철회했다. 디지털 전환 및 지속가능 경영체제 구축을 골자로 한 ‘뉴 두산’ 청사진이 좌초 위기에 처한 것이다.

두산은 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떼어낸 뒤 로보틱스와 합병하는 그룹 차원의 사업 구조개편을 5개월 넘게 추진해왔다. 친환경 에너지, 지능형 기계, 반도체·첨단소재의 3대 축으로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축하기 위한 야심 찬 시도였다. 합병신고서 정정·철회·재제출 등 우여곡절 속에서도 성사 가능성이 높아 보이던 두산의 신사업 구상이 무산된 가장 큰 이유는 비상계엄에 따른 주가 급락이다. 성공의 키를 쥔 에너빌리티 주가가 추락해 부담해야 할 주식매수청구권 비용이 거의 1조원에 육박한 게 결정타였다.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집권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탈원전 회귀 우려도 주가 낙폭을 키웠다. 민주당은 이미 감액 예산안에서 소듐냉각고속로(SFR) 설계사업과 소형모듈원전(SMR) 제작지원센터 구축 등 차세대 원전 연구개발(R&D) 예산을 정부안 대비 90~100% 삭감했다. SMR 분야 선두 주자인 두산에너빌리티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탄핵 정국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어 두산그룹은 구조개편 재추진 여부도 말끝을 흐리는 실정이다. 이런 어려움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기업에 공통이다. 도널드 트럼프발 보편 관세로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와중에 핵폭탄급 정치적 불안정까지 겹쳐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의 위상 저하가 심히 우려된다. 계엄·탄핵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모리스 창 TSMC 창업자)이란 진단이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 장기 사업전략은 고사하고 내년 계획조차 못 짠 기업이 절반을 웃도는 실정이다. 오직 당리당략에만 몰두하는 정치권의 냉정한 현실 인식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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