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이 꼴인데 뭐하냐. 국회로 나와라"
"너 그렇게 멍청한 애였냐. 눈치라도 챙겨라"
최근 가수 겸 배우 차은우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달린 댓글이다. 윤석열 대통령 계엄 사태 후 차은우를 비롯해 임영웅, 김이나, 이채연 등 연예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악플'로 초토화됐다. 대체로 진보 지지층은 일상 사진은 올리면서 시국과 관련해 침묵하는 이들을, 보수층은 가수 이채연처럼 탄핵 찬성을 공개 천명한 이들에게 비난을 쏟아냈다.
여야 지지층을 막론하고 자기 정치색에 동조하지 않으면 낙인찍는 정치적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좌우를 막론하고 "중국 문화대혁명 때 홍위병이 연상된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불안이 가중되면서 사회경제적 불안도가 높아진 결과로 풀이했다. 시위 확산이 엑스(X·구 트위터)를 중심으로 번지면서 편향성이 심한 SNS 병폐 현상도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한 엔터테인먼트 관계자 A씨는 "말을 해도 문제고, 안 해도 문제가 되는 상황이라 그 어느 때보다 조심스럽다. 목소리를 내는 연예인들과 비교하며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받는 상황이라 굉장히 난처하다. 엔터테인먼트는 감성 노동의 영역이라 다른 업에 비해 더 세심한 접근을 필요로 한다"고 토로했다.
가요기획사 관계자 B씨는 "일상을 공개하는 것부터 심지어는 입는 옷 색깔까지 논란이 되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정말 중요한 앨범 티징을 제외하고는 미리 찍어둔 이벤트성 콘텐츠도 공개를 안 하는 등 노출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예상치 못한 과거 게시물도 정치와 묶어서 해석을 하는데, 이제와서 이런 걸 지우거나 반응을 하면 그대로 또 긁어 부스럼이니 손대지도 못 한다"고 설명했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세와 관련해 특정 품목 매출이 늘었는지를 많이 물어오는데, 양해를 구하고 언급을 자제 중"이라면서 "정치와 관련된 기사에 언급됐다가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곳곳에서 쏟아지는 격앙된 반응에 전문가들은 사회경제적 불안이 증폭된 결과로 풀이했다. 특히 지난 7일 탄핵 표결이 부결되면서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불안도가 더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내수 경기 침체까지 이어지고 있고, 국민들도 이를 모두 인지하는 분위기"라며 "이 가운데 대중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SNS상에서 증폭되면서 타인에게 정치적 의견을 강요하는 모습으로 발현됐다"고 분석했다.
SNS가 군중들의 동조심리를 더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평소 좋아하던 연예인에게 자신의 주장을 지지해주길 바라며 동조를 강요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누리꾼들이 사회적 소속감이나 일체감을 느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신현보/김수영/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