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손자회사이자 SK팜테코의 국내 자회사인 SK바이오텍은 지난 8월 공시를 통해 약 3147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증설한다고 밝혔다. 이는 SK바이오텍 자산총액의 95%에 달하는 투자액으로 업계에선 대규모 수주를 염두에 둔 투자라는 분석이 나왔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팜테코는 국내에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CDMO회사로 이번 공장 증설로 발주처에서 상당한 선불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SK팜테코는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첨단 의약품 CGT 분야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5월엔 미국 기준 인증(cGMP) 생산 6개월 만에 스위스 페링제약으로부터 방광암 유전자치료제 ‘애드스틸라드린’의 CDMO 계약을 따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이 밖에 질병의 근원인 유전물질을 표적으로 하는 올리고핵산 치료제와 유도탄처럼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항체약물접합체(ADC) 항암제 생산도 검토 중이다. 올리고핵산 치료제는 내년 시범생산을 시작해 2026년 본격적인 상업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최종현 회장은 임원보고 자리에서 “바이오는 당장 성과를 내지 않아도 되고 실패해도 되니 계속 보고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2030년까지 바이오산업을 그룹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며 ‘뚝심 바통’을 넘겨받았다. SK그룹은 신약뿐만 아니라 CDMO, 디지털헬스케어 등으로 점차 제약·바이오 포트폴리오를 넓혀갔다.
SK그룹은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공격적인 해외 CDMO기업 M&A로 주목받았다. 2017년 글로벌 제약사 BMS의 아일랜드 공장 인수, 2018년 미국 합성의약품 CDMO업체 앰팩 인수에 이어 2021년 단일 규모로 유럽 최대 CGT CDMO업체인 프랑스 이포스케시와 2023년 세계 최대 CGT CDMO업체인 미국 CBM을 잇달아 인수했다. 최 회장의 맏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은 기존에 맡고 있던 SK㈜ 산하 혁신신약TF에 더해 올해 성장지원TF 담당도 겸직하며 차세대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남정민/안대규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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