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에 이은 신무기…AI 데이터센터에 삼성 명운 달렸다 [강경주의 IT카페]

입력 2024-12-11 20:00   수정 2024-12-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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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에 사활을 건 삼성SDS가 부지를 매입하고 전문가를 전진 배치하며 데이터센터 사업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인프라의 핵심인 데이터센터 경쟁력을 선점해 '갤럭시 신화'를 AI에서 재현한다는 구상이다.

11일 금융감독원 공시 등에 따르면 삼성SDS는 삼성전자가 보유한 경북 구미시 1공단로 구미1공장을 215억원에 매수하고 이곳에 AI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용 소프트웨어에 집중하던 삼성SDS가 회사의 중심축을 AI로 옮긴 것이다. 구미1공장은 한화시스템이 전체 부지 19만8000㎡ 중 약 4만5000㎡를 임차해 사용 중이다. 한화시스템이 내년 구미 산호대로 새 사업장으로 이전을 마치면 빈 곳이 된다.

생산 기능을 국내외 다른 곳으로 옮기면서 활용도가 떨어진 삼성전자의 '노는 땅'을 삼성SDS가 사들이면서 첨단 데이터센터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SDS는 국내에 상암, 수원, 구미, 춘천, 동탄 등 5곳을 비롯해 해외에 13곳 등 총 18곳에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이다. 데이터센터는 몇 층으로 적층하느냐에 따라 처리 용량이 결정되기 때문에 일각에선 이곳에 조(兆) 단위의 투자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구미 부지가 주목받는 이유는 다른 데이터센터와 달리 이곳이 AI 특화 데이터센터가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와 다르다.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 운영을 위해 수전설비 용량(총변압기 용량) 15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랙 하나에 7~12㎾의 전기를 공급하고 각 층에는 48시간 이상 운전이 가능한 발전기가 설치된다. 서버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열을 제어하고 식히는 냉각기 등 첨단 공조시스템도 있어야 한다.

삼성SDS가 데이터센터를 늘리려는 것은 AI의 핵심 인프라로 떠오른 클라우드와 연관이 깊다. 기업들이 AI 사업을 확대하면서 대용량 데이터를 학습하고 처리하기 위한 데이터센터의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P&S인텔리전스는 데이터센터 시장이 2025년 3414억달러에서 2030년 622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SDS는 클라우드 서비스(CSP),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MSP),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등 클라우드 사업을 모두 하고 있어 데이터센터 역량은 충분히 증명됐단 평가다. 삼성SDS의 올 3분기 클라우드 매출은 63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할 정도로 회사의 주력이 됐다. IT서비스 부문의 총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9%에 이른다.

황성우 대표가 물러나고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 출신인 이준희 대표가 삼성SDS의 수장으로 발탁된 것도 데이터센터 육성과 궤를 같이 한다. 삼성 내부에서 가장 신임받는 인물로 분류되는 이 대표는 기술과 경영 역량을 동시에 지닌 '하이브리형' 관리자로 꼽힌다.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의 기술 로드맵 마련을 주도하고 갤럭시폰에 5G 네트워크 도입을 이끈 것 역시 이 대표 작품이다. 갤럭시의 초기 안정성에 공을 세운 이 대표가 AI 확대에 나서고 있는 삼성SDS의 수장을 맡으면서 삼성의 간판 제품이 갤럭시에서 데이터센터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회사의 임원 인사에서도 AI, 클라우드, 디지털 물류 등 'AI 전문가'들이 승진자로 이름을 올렸다.

구미 부지가 가진 상징성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곳은 팩스, 카폰(Car Phone) 등을 생산한 삼성 무선모바일의 출발지다. 애니콜 브랜드와 세계 최초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단말기도 여기서 생산된 데다 '애니콜 화형식'이 열린 곳도 이곳이어서 구미1공장은 삼성의 글로벌 위상이 태동된 공간이라는 게 삼성 관계자들 인식이다.

AI 인프라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 역시 삼성SDS의 AI 행보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등 빅테크들은 AI에 필요한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 확보를 위해 데이터센터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KB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내년부터 AI의 수익 창출이 본격화할 것이라면서 삼성SDS의 수혜를 예상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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