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방 예측 어려운 리퀴드 소비 시대, 주목할 만한 소비 트렌드는? [삼정KPMG CFO Lounge]

입력 2024-12-11 09:47  

이 기사는 12월 11일 09:4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현대 사회는 흐르는 액체처럼 시시각각 변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가 매우 불안정하고 가벼우며 예측할 수 없다.’ 폴란드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이 ‘액체 근대(Liquid Modernity)’ 이론에서 강조한 것처럼 고정된 소비 패턴이 사라지고, 소비자의 필요와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해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운 ‘리퀴드 소비(Liquid Consumption)’ 시대를 맞이한 시점이다. 소비자의 취향이 시시때때로 변화하며 한 때 유행했던 것도 금방 수그러들고, 특정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도 금세 사라지는 휘발성 소비 양상을 나타내는 것이 리퀴드 소비의 특징이다. 유행의 주기도 길고, 공유보다는 소유권에 기반한 물질적 소비를 지향하는 경향이 강하던 과거의 솔리드 소비와는 상반된다.
리퀴드 소비가 촉발한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
리퀴드 소비 환경에서는 소비자들의 소비 기준이 다양화·고도화되며 세분화된 소비 패턴이 나타난다. 소비 기준이 어느 한 요소에 치우치지 않고 가격, 경험, 효율, 개성·취향, 건강·친환경, 기술 등 여섯 가지 요소에 고루 분포되어 육각형 소비 형태를 이룬다. 이와 같이 여섯 가지 요소에 따라 다양한 소비 패턴 변화가 관찰되는 가운데, 주요 키워드를 통해 오늘날의 소비 패러다임 변화 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요즘 특히 두드러지는 소비 양상은 ‘소비 양극화’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와 플렉스(Flex)를 외치던 2030세대 주요 소비자의 소비 기준점이 ‘절약’으로 이동하며 요노(YONO, You Only Need One)가 새로운 키워드로 떠올랐다. 하지만 소비자가 항상 요노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필수품은 저가를 선호하면서도 본인의 관심사를 충족할 만한 취미 생활이나 희소 가치가 있는 물건에는 주저 않고 투자하는 양가적 소비 패턴이 나타난다. 가령 메가커피·빽다방 등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를 활발히 이용하는가 하면, 값비싼 두바이 초콜릿이라든지, 호텔 디저트를 통해 작은 사치를 즐기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이 같은 소비 패턴으로 앞으로는 중간 가격대 시장이 점차 줄어들고 초저가와 초고가로 시장 양분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소비자는 물건을 소유하는 것보다 경험을 통해 만족을 얻는 것에 가치를 두기도 한다. 소비의 개념이 변화하며 마케팅, 비즈니스 모델, 상품 개발 등 비즈니스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특히 팝업스토어는 다양한 이벤트와 볼거리로 독특한 경험적 요소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잘파(Zalpha)세대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구독경제 역시 합리적인 가격으로 최신 제품 및 서비스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다는 이점에 새로운 소비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구독 서비스는 기존 OTT를 넘어 TV·노트북 등 생활 가전제품 렌털을 비롯해 맞춤형 건강식단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 중이다.

흔히 ‘시성비(시간대비성능)’라고도 일컬어지는 타임퍼포먼스(Time Performance) 역시 눈여겨봐야 할 소비 트렌드 중 하나다. 가성비를 넘어 시성비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소비 기준이 이동하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시성비 니즈는 특히 가사노동, 육아, 장보기 등 생활 전반의 아웃소싱화가 일어나고 있다. 노동 감축에 가치를 느끼는 소비자들은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 음식물쓰레기 처리기에 거리낌 없이 지갑을 열 뿐 아니라, 각종 ‘세탁특공대’, ‘런드리고’ 같은 세탁 서비스 플랫폼과 ‘청소연구소’ 등의 홈클리닝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며 노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대형 폐기물, 분리수거물, 등 폐기물 종류에 관계없이 쓰레기를 대신 버려주는 폐기물 대행 플랫폼도 생겨난 상황이다. 이처럼 타임퍼포먼스가 하나의 소비 패턴으로 자리잡고 만큼 앞으로 시성비 트렌드에 맞춰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시간 효율성을 지원하는 상품이 다양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중적인 취향보다는 자신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추구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스몰 매스(Small Mass)를 대상으로 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스몰 매스란, 대다수는 아니지만 일정 규모의 시장이 예상되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패션·뷰티업계는 소규모 소비자층의 취향을 만족시킬 만한 신진·중소 규모의 인디 브랜드에 주목하며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이전에는 기업이 제공하는 옵션 안에서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소비자가 많았지만 앞으로 개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내세운 소비자들이 확대되면서 스몰 매스 중심의 시장이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이를 불문하고 건강한 라이프를 영위하려는 경향이 확산함에 따라 기존 5060세대의 주요 관심사로 대변됐던 ‘웰에이징(Well-aging)’ 또한 2030세대의 관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소비자들은 일찍부터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관리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으로 웰니스(Wellness)를 추구하며 건강 관련 분야에 몰입적 소비를 이어가고 있다. 요즘 소비자들은 칼로리와 당류가 없는 제로(Zero) 식품과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은 물론 개개인별 타고난 체질을 손쉽게 분석하고 향후의 질병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DTC(Direct-to-Customer) 기반 유전자 키트에 주목한다.

마지막으로 소비 환경에 대한 첨단 기술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AI(인공지능)와 IoT(사물인터넷) 등 디지털 기술을 통해 유통과 소비가 고도화, 초개인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디지털 기술은 유통·소비재산업에 스며들어 소비 환경의 패러다임 전환을 크게 가속시킬 것으로 보인다.

인구구조 변화와 더불어 기술 혁신, 사회경제적 요인이 맞물려 소비 패턴이 완전히 리퀴드하게 바뀌어 버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통·소비재 기업은 소비 환경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새롭게 나타나는 소비 트렌드 변화를 바탕으로 전략적 대응 방안을 수립해야 할 때이다. 리퀴드 소비 트렌드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Rebalancing)이 필요하며, 니치 시장 발굴에 집중하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소비자의 변화하는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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