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노벨화학상 공동 수상자인 존 점퍼 구글 딥마인드 수석연구원(39)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연설에 "정말 감명 깊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연합뉴스가 11일 보도했다.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 ‘블루홍’에서 열린 연회에서 한 작가는 주요 귀빈 및 다른 부문 노벨상 수상자들과 함께 입장했다. 남녀가 쌍을 이뤄 입장하는 전통에 따라 한 작가는 스웨덴 마들렌 공주의 남편인 크리스토퍼 오닐의 에스코트를 받았다. 한 작가는 오닐과 안드레아스 노를리엔 국회의장,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등과 함께 중앙에 마련된 메인테이블에 앉았다.
이날 연회 만찬을 위해 특별히 준비된 3코스 메뉴를 먹는 동안 한 작가는 동석자들과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그는 만찬이 끝날 때쯤 네 번째 순서로 수상소감을 밝혔다. 특유의 잔잔한 어조로 미리 준비해온 영어 수상 소감을 낭독하자 비교적 시끌벅적했던 현장이 한순간 고요해졌다.
그는 지난 7일 수상자 강연에서처럼 여덟 살 때의 기억을 회상하며 소감을 시작했다. 강연에서는 여덟 살 때 쓴 '시집'에 나온 한 시를 회상하는 것을 시작으로 자신의 작품 세계 전반을 돌아봤다.
한 작가는 "오후 주판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중,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더니 하늘이 열렸다"며 "비가 너무 강해서 아이들이 건물 처마 밑에 웅크리고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길 건너편에도 비슷한 건물이 있었고, 그 처마 아래에도 여기에서처럼 만큼의 사람들이 있었는다.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았다"며 "쏟아지는 비와 내 팔과 종아리를 적시는 습기를 보면서 문득 깨달았다"고 했다.
그 깨달음이란 "나와 함께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이 모든 사람, 그리고 길 건너편에 있는 저 모든 사람은 권리를 가진 '나'로 살고 있었다"며 "저와 마찬가지로 각자 이 비를 보고 있었고, 촉촉함을 느끼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 작가는 "너무나 많은 일인칭 시점을 경험한 경이로운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한 작가는 "읽고 쓰는 데 보낸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저는 이 경이로운 순간을 반복해서 경험했다"며 "언어의 '실'을 따라 또 다른 마음 깊은 곳으로, 다른 내면과의 만남,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질문을 그 '실'에 맡기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우리가 태어난 이유', '고난과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 등은 수천 년 동안 문학에서 제기돼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가 이 세상에 잠시 머무르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가 인간으로 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가장 어두운 밤에는 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묻는 언어가 있다. 이 언어는 사람들과 생명체의 일인칭 관점을 상상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를 서로 연결해 주는 언어, 이 언어를 다루는 문학은 필연적으로 일종의 온기를 품게 된다"고 덧붙였다.
점퍼 연구원은 연합뉴스에 "그녀(한강 작가)의 수상 소감은 정말 감명 깊었다. 한강의 작품을 영어 번역본으로 읽어 봤느냐"며 관심을 보였다. 이날 연회는 매년 노벨상 수상자를 축하하기 위해 약 일주일간 진행되는 '노벨 주간'의 하이라이트 행사다. 1200여명의 참석자들에게 신속히 서빙을 하기 위해 약 130명이 투입됐고, 이들은 중앙 계단에 자리한 이른바 '서빙 지휘자'의 손짓에 따라 칼군무를 하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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