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으로 달러 지배력 강화 노린다

입력 2025-01-02 11:23   수정 2025-01-0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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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으로 최초의 친비트코인 미국 대통령이 탄생했다. 2024년은 1월 미국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으로 시작해 11월 친비트코인 대통령의 탄생으로 막을 내리는 ‘비트코인의 해’가 됐다. 2024년 시장은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와 자금 유입세에 집중했다면, 2025년은 트럼프의 디지털자산 공약이 이행되는지, 규제 완화로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어떤 새로운 프로젝트가 등장하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될 것이다.

트럼프는 직접 대체불가토큰(NFT), 탈중앙금융(DeFi) 프로젝트에도 관여하는 등 디지털자산에 대해 개인적으로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이 디지털자산 산업에서도 선두를 유지하기를 희망하며,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는 한편, 관련 경제 효과 및 고용 효과에도 주목하고 있다.




비트코인 초강대국 꿈꾸는 트럼프

트럼프는 현재 미국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을 매도하지 않고 이를 ‘비트코인 전략보유고’의 기반으로 삼겠다고 발표하는 등 비트코인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알트코인과 디지털자산 기업의 발목을 잡아 온 가장 큰 리스크는 규제 리스크 중에서도 증권성 리스크였다. 트럼프 정부 출범 시 금융당국은 디지털자산에 대한 증권법 적용에서 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증권성 리스크가 완화되면 알트코인과 디지털자산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자산 시장은 트럼프 당선으로 커지는 기대감을 빠르게 반영할 것으로 보이며 취임 전까지는 허니문 기간이 예상된다. 취임식 이후에는 트럼프의 공약 이행 의지를 확인하고 싶어할 것이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SEC 위원장을 교체하고 취임 100일 이내에 규제 가이던스를 발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으며 적시에 이를 이행하는지에 따라 시장의 반응이 달라질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12월 4일 사임 의사를 밝힌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 후임으로 이미 디지털자산에 친화적인 폴 앳킨스 전 SEC 위원을 지명했다.



트럼프의 공약 중에서 주목해봐야 할 분야가 스테이블코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달러다. 트럼프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달러 지배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스테이블코인은 호랑이(달러)에 날개(블록체인)를 달아줄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 적용으로 달러 보유 및 사용은 더욱 쉬워졌으며 결제 시간과 비용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핀테크 업계가 꿈꾸던 진정한 인터넷 통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며 그 파급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4년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과 트럼프의 당선으로 월스트리트부터 워싱턴DC까지 비트코인의 ‘홈그라운드’가 됐다. 디지털자산 산업 전반에 걸친 규제 완화가 기대되는 이유다. 바이든 행정부가 강경한 규제를 이어 가며 산업 활동이 위축됐던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

트럼프 공약(1) 비트코인 전략보유고 출범

트럼프는 미국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 약 20만 개를 매도하지 않겠다고 했으며 이를 비트코인 전략보유고의 기반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 보유 물량이 시장에 출회하지 않는 점은 수급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공약에 발맞춰 친비트코인 신시아 루미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비트코인 전략보유고 법안을 공개했다. 미국 정부가 보유분을 매도하지 않는 것을 넘어 대량 매수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트럼프 당선과 공화당의 상하원 석권으로 이 법안이 보다 진지하게 다뤄질 수 있어 관련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루미스 의원은 비트코인 전략보유고로 정부 부채 상환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공약(2) 비트코인 채굴 산업 장려

트럼프는 다수의 비트코인 채굴 상장사 경영진과 회동한 바 있다. 이후 비트코인 채굴을 장려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며 비트코인 채굴 기업들이 미국 전력 인프라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까지 수용했다.

반면 바이든 정부는 비트코인 채굴 기업이 전력을 낭비하고 있다고 인식하며 사용하는 전력 비용에 비례한 추가 과세를 시도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으로 과세 리스크가 사라졌다.



트럼프 공약(3) 증권성 리스크 완화

디지털자산 기업과 알트코인의 발목을 잡아 온 가장 큰 리스크는 규제 리스크 중에서도 증권성 리스크다. 현 미 SEC는 대표적인 디지털자산 기업과 프로젝트가 모두 증권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법적 조치를 취해 왔다.

트럼프는 이미 디지털자산에 친화적인 앳킨스 전 SEC 위원을 SEC 의장으로 지명해 놓고 있어 향후 금융당국이 보다 유연한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증권성 리스크가 이미 낮았던 비트코인보다 알트코인과 코인베이스 등 디지털자산 기업에 시장이 주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으로는 현 SEC와 법적 분쟁이 있었던 기업들이 리스크 완화 등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






트럼프 공약(3) 디지털자산 현물 ETF 승인

바이든 행정부의 디지털자산 현물 ETF 승인 기준은 매우 까다로웠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만 현물 ETF가 존재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으로 승인 기준이 변경될 수 있으며 솔라나 등 다양한 종목에 대한 ETF 등장이 가능해졌다.

ETF 신청 절차와 트럼프 취임 후 규제 가이던스 발표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신규 종목에 대한 현물 ETF 승인은 이르면 2분기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추후에는 단일종목 ETF 이외에 지수 ETF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ETF의 수급 효과가 알트코인으로도 확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트럼프 공약(4) 스테이블코인 장려

트럼프 당선인은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달러 지배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트럼프 일가가 추진하는 DeFi 프로젝트인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고려 중이다. 트럼프 후보는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 연설 중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연이어 발언했다. CBDC를 금지하고 스테이블코인을 장려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2기에 스테이블코인 법안 통과되면 역내 플레이어가 유리할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테더(Tether: 1위 스테이블코인 USDT 발행사) 같은 역외 업체가 주도하는 것에 미국 정치권이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미국 기업 서클(Circle)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 USDC 또는 미국 금융사가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이 제도의 혜택을 받을 것이다. 또한 USDC처럼 리스크 평가가 용이한 구조의 스테이블코인이 살아남을 것이다. 따라서 스테이블코인 법안 통과 시 서클 또는 미국 금융사가 스테이블코인의 주도권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서클 상장도 2025년 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스테이블코인이 가진 핵심 리스크는 디페깅(de-pegging) 발생 리스크다. 이에 상환 요구 대응에 필요한 달러 준비금 보유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스테이블코인이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테라 사태의 원인이 됐던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시장에서 퇴출됐다.





알트 시즌 가시화…규제 완화 가장 수혜

지금까지는 강경한 규제로 인해 규제 리스크가 낮은 비트코인, 밈코인(memecoin) 중심의 장세가 지속됐다. 새로운 시도가 어렵다 보니 산업 내 회의감도 커지고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취임 시 규제 리스크 완화로 다양한 건설적인 시도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으로 비트코인보다 알트코인이 받는 혜택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직접 NFT를 발행하고 DeFi 프로젝트를 홍보한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의 관심도 비트코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DeFi(예: 에이브), 신구 블록체인(예: 이더리움·이더리움 킬러·솔라나 킬러), 인공지능(AI) 관련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디지털자산의 잠재력을 상기시킬 수 있는 새로운 내러티브의 등장이 기대된다.

글로벌 유동성 환경도 비트코인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가 이어지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제로(0) 금리 환경으로의 회귀는 어려우며 팬데믹 이후와 같은 무차별적인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 새로운 규제 환경을 바탕으로 이용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및 프로젝트가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진행된 3번의 비트코인 반감기 사이클을 살펴보면, 반감기 이후 12~18개월 사이에 비트코인 가격이 고점을 형성했다. 가장 최근 반감기가 2024년 4월 20일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025년 비트코인 가격에 반감기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감기를 거칠 때마다 비트코인 가격에 대한 영향력이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이 주목하는 요소다.




수급 악재가 가고 수급 호재가 온다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대표적인 수급 악재로 작용했던 ‘마운트곡스 이슈’가 2024년에 상당 부분 소화됐다. 2025년 10월 31일이면 이 이슈는 완전히 소멸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FTX에 묶여 있던 이용자들의 자금이 상환되기 시작할 예정이다. 상환 규모는 127억 달러에 달하며 일정 부분이 디지털자산 시장으로 재유입될 경우 수급에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 FTX 자금 상환이 2025~2026년에 걸쳐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신흥국 통화가 하나둘씩 신뢰를 잃어 가고 있는 점도 비트코인의 가치를 부각시키는 요소다.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신흥국 통화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면 비트코인이 헤지 수단으로 주목받을 수 있다. 하이퍼인플레이션 발생 국가가 증가하는 추세는 신흥국 내 비트코인 침투율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의 등장으로 비트코인 수급은 구조적으로 개선됐다. 비트코인 현물 ETF로의 자금 유입은 2024년 강세를 보였음에도 아직 초기 단계로 보인다. 트럼프 후보 당선도 비트코인에 대한 인식 개선 요인으로 작용하며 ETF 자금 유입세에 도움을 줄 것이다.

개인투자자의 경우 베이비부머의 자산 배분에서 비트코인이 아직 유의미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보기 어렵다. 펀드 및 연기금의 경우에도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비트코인으로의 자산 배분이 사실상 시작되지 못했다. 자금 유입이 늘어날 여지가 크다.

비트코인 자산 배분 적정 비중은

비트코인은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에서 1%도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ETF 기준으로 본다면, 글로벌 ETF 운용 자산 규모(AUM)의 총합은 약 10조 달러이며, 1%는 1000억 달러(현재 비트코인 ETF AUM 총합은 약 700억 달러)가 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자산 배분에서 현재 금이 차지하는 비중에 도달할 수 있으며, 미국 정부 재정 문제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등 이슈 부각 시마다 적정 비중이 더 높아질 수 있다.

트럼프 당선과 공화당의 상하원 선거 압승으로 루미스 공화당 상원의원이 제시한 ‘비트코인 전략보유고’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 만약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매수하기 시작한다면 기타 정부도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이다.

중국은 비트코인을 금지하는 대표적인 정부이지만 미국 정부의 움직임에 따라 입장 변화 가능성이 있다. 지금은 디지털자산에 강경한 입장이지만 디지털자산 강국이 되기 위한 요건은 이미 갖추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미 비트코인 19만 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 밖에서 많은 중국계 개발자들이 디지털자산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은 금지됐으나 여전히 비트코인 채굴 능력은 선두권일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도 비트코인 비축에 동참하나

또한 중국계 기업이 비트코인 채굴 장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정책적으로 디지털자산은 금지했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계속 장려하고 있다. 중국 정부와 국민의 금 수요가 높은 상황이며 비트코인을 허용한다면 비트코인 수요도 급증할 수 있다.

기업들도 장기적으로 현금성 자산에 비트코인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경우 개별 국가 리스크를 회피하고 싶을 수 있다. 달러에 대한 노이즈가 반복된다면 현금 운용 계획에 비트코인을 포함시키는 논의는 실질적인 가치를 갖게 된다.

가령 마이크로소프트는 AAA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으며 AA+인 정부(미국)에 대한 카운터파티 리스크(거래 상대방 위험)를 헤지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틀리지 않다.

비트코인은 아직 과도기에 있는 자산으로서 위험자산과의 상관관계가 강하다. 하지만 자산으로서 성숙해 가며 안전자산과의 상관관계가 점점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TF 출시에 이어 친비트코인 미국 대통령 탄생이 비트코인에 대한 인식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홍성욱 NH투자증권 디지털자산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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