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소방관'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화재 진압과 전원 구조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투입된 소방관들의 상황을 그린 이야기다.
영화는 코로나 팬데믹에 주인공 곽도원의 음주운전 논란으로 창고 속에 수년간 묻혀 있다가 어렵게 개봉을 했다.
최근 열린 시사회에는 현직 소방공무원과 가족들이 참석해 "입고 있는 옷의 무게를 느끼게 됐다"며 "현직 소방관과 고생한 선배들에 대한 '헌시'와 같은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는 소감을 전했다.
'소방관' 측은 유료 관람한 관객 1인 티켓 금액당 119원을 2025년 개원 예정인 국립소방병원에 현금 기부를 하는 ‘119원 기부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영화의 진정성이 통했는지 11일 오후 6시 37분 기준 '소방관'은 개봉 8일째 누적 관객 수 100만명을 돌파했다.
혼란스러운 탄핵 정국 가운데 '소방관'은 생각지도 못했던 또 다른 리스크를 안게 됐다. 연출을 맡은 곽경택 감독의 동생은 곽규택 의원이기 때문이다. 곽 의원은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한 105명의 국회의원에 포함됐다.
곽 의원은 서울대 재학 중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25기 수료 후 검사로 활동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검사, 부산지방검찰청 공안부 부부장검사, 부산 동부지청 부장검사 등을 지냈고 2015년 새누리당에 입당하며 정계에 발을 디뎠다.
곽 의원은 올해 4.10 선거에 출마해 22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당시 거리 지원 유세에 곽 감독이 함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매국 내란의 힘 영화 '소방관''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쓴이는 곽 감독이 동생인 곽 의원의 유세에 앞장서는 사진을 올리며 "그 누구보다 소방 예산 삭감에 앞섰던 그 당. (동생) 당선되는데 자신의 유명세를 팔아가며 도와준 감독"이라며 "티켓당 119원 기부? 안 보고 모아서 소방서에 기부하겠다"고 비판했다.
지역 맘카페 회원들 사이에서도 '불매' 운동의 조짐이 보였다. 네티즌들은 "주말에 애들이랑 같이 보려고 했는데 패스", "감독 동생 보면 패싱인데 관람하면 소방관들에게 기부가 된다고 하니 딜레마다", "영화 볼 돈으로 차라리 기부금 내겠다", "배우들과 스태프, 제작사 등은 무슨 죄냐", "사회에 의미가 있는, 좋은 영화였는데 이렇게 프레임이 생겨버려 아쉽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탄핵 정국 속 '소방관'이 감독 동생 리스크를 넘어 흥행가도를 계속 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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