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12일 10:4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12일 "비교적 단기 수익 창출이 목표인 사모펀드(PEF)가 자칫 기업의 장기성장동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최윤범 회장과 충돌한 MBK파트너스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이 기업 경영권 분쟁에 노골적으로 개입한 데다 사모펀드의 핵심 전략인 '바이아웃(경영권 인수)'을 부정하는 것으로 비춰지면서 시장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이날 금감원 회의실에서 PEF 운용사 최고경영자(CEO)와 가진 간담회에서 "PEF가 감독의 사각지대에서 대규모 타인 자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자칫 기업의 장기성장동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에는 MBK파트너스, H&Q, 한앤컴퍼니, 스틱인베스트먼트, IMM PE, SKS PE, VIG파트너스, UCK파트너스, 스카이레이크, 스톤브릿지캐피탈, JKL파트너스, KCGI 등 12개 사모펀드 운용사의 CEO들이 참석했다.
함 부원장은 "그동안 1100여개 PEF의 출자약정액이 140조원대에 이르는 등 국내 PEF 산업은 비약적인 성장을 해왔다"며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기업구조조정, 모험자본 공급 등을 위한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부 PEF의 경영권 분쟁 참여와 소액주주와의 이해상충 등 운용행위도 시장참여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며 "사모펀드 등 금융자본의 산업지배라는 관점에서 PEF의 바람직한 역할과 책임에 대해 논의의 물꼬를 트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자본의 산업 지배라는 화두는 장기적 관점에서 PEF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당국과 함께 생산적인 토론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언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개입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달 28일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시도는 화두를 던져주는 사안”이라며 “금융자본이 기업을 인수하면 사업 부문을 분리 매각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주주 가치를 훼손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고려아연 경영권 향방을 가를 주주총회를 앞둔 상황에서 MBK를 비롯한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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