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채권·저평가주”…슈퍼리치 WM PB가 뽑은 최우선 투자처[혼돈 속 길을 찾다②]

입력 2024-12-14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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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혼돈 속 길을 찾다, 2025 재테크 가이드]



2025년 세계경제는 미국 중심의 강한 성장과 중국의 반격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며 2025년의 키워드로 불확실성을 넘어 ‘초불확실성’을 제시했다.

한국은 그중에서도 초불확실성의 직격타를 맞았다. 2024년 말 갑자기 등장한 정치적 위기는 투자자들을 가장 완벽한 초불확실성의 시대로 이끌고 있다. 국내외 악재가 쓰나미로 덮치는 변동성의 시대, 자산관리의 키는 어디에 둬야 할까.

슈퍼리치의 자산을 굴리는 증권사 자산관리(WM) 프라이빗뱅커(PB)들은 ‘미국 중심의 투자전략’과 ‘한국 시장 리스크 관리’를 강조했다.
또다시 한번 ‘미국 성장주’
한경비즈니스가 12월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주요 증권사(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NH투자증권) WM 베테랑 PB 5인에게 ‘2025년 재테크 전략’을 물은 결과 5인 모두 ‘트럼프 스톰’을 투자전략의 주요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들의 답변은 ‘미국 주식 확대, 한국 시장 방어적 접근, 대체 자산 소폭 보완’으로 요약된다.


홍은미 KB증권 골드앤와이즈 더퍼스트 반포센터장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과 함께 정치적 불확실성을 고려해 투자자의 위험 성향을 고려한 다각화된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며 “단기적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에 노출된 지역의 주식은 상대 비중을 낮추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그가 추천한 유망투자는 해외 주식, 그중에 미국이다.

올 한 해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미국 주식보관액은 약 145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피 2위 대장주인 SK하이닉스 시가총액보다 많은 금액이다. 코스피는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미국 증시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머니무브’가 일어난 결과다.

미국의 주요 3대 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다. S&P500지수는 올 들어서만 27% 넘게 상승했으며 기술주로 구성된 나스닥지수는 33%, 대형 우량주 30개로 만들어져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무거운 다우지수는 17% 넘게 올랐다.

반면 한국의 코스피지수는 7.25% 하락했다. 코스닥은 무려 20.97% 급락했다. 올 한 해 국장에 투자했다면 수익률은커녕 원금손실이 불가피했다는 뜻이다.

세계 지수의 흐름이 나빴던 것도 아니다.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주식시장 흐름을 보여주는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MSCI 미국 제외 전 세계 지수(ACWI)의 올해 상승률은 7%를 넘는다. 미국을 제외한 수치이니 한국 시장의 ‘나홀로 고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한국 주식시장의 고전을 예고했다. 특히 연말 갑자기 불거진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라 국내 주식의 비중 축소를 권고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익명을 요청한 NH투자증권 WM의 PB는 “단기적으로는 현재 정치적으로 불안한 상황이 언제 해소되는지 여부가 2025년 투자 환경을 좌우할 것”이라며 리스크 헤지 중심의 방어적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짤 것을 권고했다. 그가 예상한 코스피 전망은 ‘상저하고’다.

한국투자증권의 정세호 수지PB 센터장은 “정책 변수가 다수 발생함으로써 주식과 채권의 변동성 확대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정 센터장이 제시한 코스피 밴드는 2300~2800의 ‘박스피’ 장세다.

반면 내년에도 미국 시장은 여전히 가장 안정적이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투자처로 평가받고 있다. 슈퍼리치를 위한 PB들도 해외, 특히 미국 주식에 투자 기회가 있다고 보고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장의성 미래에셋증권 반포역WM 지점장은 2025년 투자 환경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로 ‘트럼프 스톰’을 꼽으며 미국 우선주의, 규제 철폐, 비트코인 정책, 일론 머스크와의 밀착 관계 등을 주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증권의 삼성타운금융센터WM2지점 이환 지점장은 “미국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이 장악한 상태에서 핵심 정책은 관세, 이민, 감세가 될 것”이라며 “특히 성장 및 물가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는 관세와 이민 제한은 내년 초 취임 직후부터 추진될 전망이어서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이 먼저 들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했다.

이들이 트럼프 스톰의 위기와 기회 속에서 주목한 미국 주식은 ‘성장주’다. 기준금리 인하 시기인 2025년에는 ISM 제조업지수가 확장 국면(50p 이상)에 진입하고 경기선행지수도 플러스 국면을 유지하며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1995년 이후로 미국 ISM 제조업지수가 전년 대비 상승하며 확장 국면에 진입했을 때 S&P500지수 연평균 수익률은 14%였고 상승 확률은 83%(12개 연도 중 10개 연도)로 높았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성장주가 가치주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중에서도 △AI 밸류체인 관련주 △자율주행 관련주(테슬라) △에너지 가격 안정에 따른 유틸리티 및 항공업종 등이다.

장의성 지점장은 “내년엔 성장주 발굴에 주력해야 한다”며 “자율주행 관련주나 비트코인과 관련된 산업에서 투자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환 지점장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AI를 통한 산업 구조 개편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AI 관련 밸류체인에서 제 역할을 하는 기업들은 지속적인 실적 개선과 기업가치(주가)의 재평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달러 강세도 미국 자산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인이다. 달러화가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며 미국 자산의 수익률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장의성 지점장은 특히 유례없는 강달러 국면에서 달러 기반의 자산배분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 원·달러 환율이 이미 높은 수준인 탓에 새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투자한다면 환차손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국 주식시장이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강세를 보이는 만큼 내년 미국 주식시장의 기대수익률은 낮출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가격이 높아진 반면 이익 증가율은 둔화되기 때문이다.

특히 주도주인 M7의 실적 모멘텀이 둔화되며 M7 외 기업과 성장성의 격차가 좁혀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변수는 AI의 확장 가능성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 서비스나우 등 소프트웨어 기업들에서 AI를 활용한 매출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경우 소프트웨어 기업 중심으로 S&P500이 20%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눈물의 바겐세일
국내 주식시장에도 기회는 있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저평가’ 종목에 기회가 있다고 봤다. 특히 정세호 센터장은 고배당 주식 등 소위 ‘인컴형 자산’을 저평가 자산군으로 추천했다. 주식보다 낮지만 채권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한편 위험을 상대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투자자 입장에선 ‘헐값’에 우수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 종목 2개 중 1개 이상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이다. PBR은 기업 주가를 장부상 가치로 나눈 것이다. PBR이 1배보다 낮으면 주가가 저평가, 1배 이상이면 고평가된 상태다. 작년 말 기준 전체 상장 주식(2609개) 중 40.94%(1068개)의 PBR이 1배 미만이었으나 1년도 안 돼 이 비중이 9.93%포인트 증가했다.

미국 행동주의 펀드인 돌턴인베스트먼트는 지난 11월 6일 “한국 주식이 ‘초특가 세일’에 돌입했다”며 연말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함께 상법개정안, 밸류업 정책이 맞물리면서 기지개를 켤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리인하기, 채권 비중 확대의 적기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금리인하기 매력적인 투자 자산으로 채권을 꼽는다. 대내외 채권 애널리스트들은 한국은 2025년에 현재 3.00%의 기준금리를 2.25~2.50% 수준까지, 미국은 현 4.75%의 기준금리를 3.25~3.50%까지 각각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 경우 국채금리는 현 수준에서 약 30~50bp의 하락이 예상된다.

이에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채권 비중을 확대해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 신용 위험이 크지 않은 주요국 국채나 우량 회사채 투자를 추천했다.

금리인하기에는 채권 투자를 통해 표면이율에 따른 이자소득뿐 아니라 채권 가격 상승에 따른 매매차익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의 채권 매매차익은 과세에서 제외되므로 절세 효과도 있다. 특히 회사채 투자는 국채 대비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단, 정세호 센터장은 발행회사의 부도 등 위험이 있으니 우량 회사채(투자적격 회사채) 투자를 권고했다.

이 밖에 2025년 유망 자산군으로는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금(Gold), ‘비트코인 대통령’이 된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수혜가 기대되는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산업, 금리인하 및 경기 부양책에 따른 부동산 투자 등이 추천 표를 받았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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