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정치 위기, 정치로 풀어야 선진국이다

입력 2024-12-12 18:02   수정 2024-12-13 00:18

락토핏 당케어 광고 이미지
난각막NEM 광고 이미지
윤석열 대통령의 ‘한여름 밤의 꿈’은 ‘날개 없는 추락’으로 끝났다. 대통령과 입법부 간 갈등을 계엄으로 해결하려는 행위를 국민이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을 몰랐다면 착각이다. 국민을 오판한 것이다. 국가 지도자로서의 정상적 판단이 아니다.

무엇이 대통령의 눈을 가렸을까? 참모를 패싱하고 국가 최고정책심의기구인 국무회의의 반대조차 누른 독단성에 주목한다. 개인의 주장을 앞세우지 않고 주변과 토론하고 의견을 경청하는 민주적 의사결정이 단독 결정보다 나은 결과를 보장한다는 것은 평범한 진리다.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2인의 집단 오판이 초래한 비상계엄은 이제 국가 재앙이 됐다. ‘집단사고에 매몰’된 오판으로 재앙이 된 미국의 ‘쿠바 피그만 침공’과 비슷하다.

정치 위기, 지금 꼭 점검해야 할 일이 있다. 갈등 해결 방식 부재의 정치 시스템, 개헌의 타당성, 그리고 경제 불안이다. 대통령제는 대통령과 입법부 모두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표라는 ‘이원적 정통성’을 가진다. 정치학자 후안 린츠는 이 ‘이원적 정통성’ 때문에 ‘항상 대통령과 의회 다수당은 갈등할 가능성이 있고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행정부와 입법부 사이의 교착을 해소할 기제가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은 ‘초헌법적 해결’을 찾는다. 바로 린츠가 지적한 ‘대통령제의 위험’이다. 지금 우리는 ‘대통령제의 위험’을 경험하고 있다. 린츠는 내각제를 통해 ‘민주주의 안정’에 기여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조심스럽다.

결국 대통령제하에서 행정부와 입법부 간 교착을 해결하는 방법은 ‘정치적 타협’밖에 없다. 타협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민주주의가 법과 제도로만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알렉스 드 토크빌이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강조한 민주적 ‘마음의 습관’, 즉 민주적 ‘습속’(mores)을 얼마나 가졌는지 의문이다. 이번 계엄 사태는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의 민주적 습속, 즉 타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줬다. 다음으로 ‘임기 단축 개헌’이든 ‘분권형 개헌’이든 신중해야 한다. 윤 대통령 임기 단축을 담은 ‘4년 중임제’ 개헌은 임기 단축을 빼고는 목표가 불분명하다. 4년 중임이 5년 단임보다 낫다는 학술적 증거는 없다. 반면 4년 독재를 8년 독재로 연장할 가능성이 있다. 현행 제도를 ‘분권형 대통령제’ 또는 이원정부제로 바꾸자는 정치인도 있다.

하지만 대표 사례인 프랑스 이원정부제조차 흔들리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의회 무시 ‘불통정치’를 원인으로 보는데 의회 1당인 좌파연합이 추천한 총리 후보를 물리치고 중도 미셸 바르니에를 총리로 임명한 것이 시작이다. 다수당 출신이 아닌 바르니에 총리의 의회 패싱 예산안 통과에 대해 좌파 신민중전선과 극우 국민연합이 협공해 내각불신임안을 통과시켜 내각 총사퇴 상황을 만들었다. 이원정부제도 이처럼 여소야대에서 행정부와 입법부의 교착, 대통령과 의회의 지지를 받는 총리 사이에 대립을 해소할 기제가 없다. ‘분권형 대통령제’는 이름과 달리 대통령과 의회 지지 총리의 역할 분담이 모호하고 그로 인한 대통령과 총리의 갈등은 재앙이 되기 쉽다. 따라서 ‘원포인트 개헌’이라도 조급해서는 안 된다.

끝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 불안을 위기로 만들까 우려된다. 대통령 2선 후퇴에 국방부, 행정안전부 장관이 부재하고 경찰청장은 구금,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까지 탄핵 대상이라는데 국방, 치안, 민생은 누가 챙기나. 계엄·내란 단죄도 중요하지만 민생을 내팽개쳐서는 안 된다. 여야 합의로 공동 정부를 구성해 국정을 함께하는 방식이 최선이지만 서로 정치 스케줄이 상이해 합의가 난망하다. ‘조속한 대선 확정’과 ‘조기 대선 필패’로 겨루는 사이 경제 불안이 위기가 되고 민생이 더 어려워지기 전에 정치가 타협해야만 한다. 여야 정치 일정을 ‘공백 없는 국정’과 맞춰 국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벨문학상을 받는 등 경제·문화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는 자부심을 가졌는데 계엄 때문에 한순간 후진국으로 추락한 느낌이다. 정치권은 타협하고 ‘흔들림 없는 국정’으로 국격을 다시 높여야 할 책임이 있다. 정치 갈등을 ‘폭력 아니라 타협’으로 풀 때 선진국이 될 것이다.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