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등장으로 인공지능(AI), 6세대 통신망(6G), 저궤도위성 등 첨단 디지털 산업의 지형도에도 일대 변화가 발생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AI등 첨단 기술 수출통제가 강화되고,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심화되는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정부 차원의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법무법인 광장은 1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고려대학교 기술법정책센터와 함께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한국 디지털 정책의 전망과 과제’ 주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선 내년 1월 출범을 앞둔 트럼프 정부 출범이 한국의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 플랫폼, 데이터,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정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과제 등이 논의됐다.
첫 발표에 나선 광장의 조대근 박사는 트럼프 2기 정부의 통신과 플랫폼 정책을 중심으로 디지털 정책의 전망을 제시했다. 조 박사는 “트럼프 정부의 주요 정책 키워드는 규제 완화와 미국 우선주의”라며 “통신 분야에서 망 중립성 규제가 폐지되고, ISP(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의 자유로운 요금 체계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조 박사는 “6G등 초고속 인터넷 네트워크의 투자와 스타링크 등 위성 인터넷 서비스 활성화를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은 향후 6G 서비스 관련한 주파수 선정, 기술 표준 수립 등을 두고 미국과 협력 또는 경쟁이 불가피하단 점에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번째 세션에선 이주형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데이터 및 AI 정책의 변화와 그에 따른 시사점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AI 정책에서 트럼프 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기술 패권을 강화하고 AI 연구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며 “AI 응용 기술의 수출 통제를 강화해 중국뿐 아니라 일부 동맹국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한국 기업에게 위협이자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선정호 광장 변호사는 미국과 유럽의 플랫폼 규제의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선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과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며 규제 완화를 선호하지만, 유럽은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한 플랫폼 기업의 경쟁 제한 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특히 유럽의 디지털시장법(DMA) 도입과 같은 사전 규제는 미국과 대비되며, 이러한 차이는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집행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선 변호사는 “이러한 글로벌 동향을 한국 공정거래 정책에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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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실 산업통상자원부 FTA서비스투자과 과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AI 기술 개발을 국방 및 안보와 연계하고, 규제 완화를 통해 미국의 기술 지배력을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AI 기술 관련 수출 통제를 강화할 것이고 이는 동맹국인 한국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 과장은 “한국이 AI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미국 중심의 글로벌 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자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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