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마다 찾아오는 불청객 비염으로 고생하던 20대 A씨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이런 광고를 보고 야돔(사진) 한 팩을 샀다. 가격도 4000원으로 써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국산 호흡기 제품 야돔이 마치 코를 뚫는 의학적 효과가 있는 것처럼 유통돼 국내 20대와 30대 사이에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일부 상품은 합법적 절차를 거친 대마 추출 물질을 넣었다고 교묘하게 선전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 등 국내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에서 태국산 야돔 제품이 널리 판매되고 있다. 가격은 개당 3000~4000원꼴로 야돔뿐 아니라 아로마 흡입기, 스틱이라는 이름으로도 팔린다.
야돔은 멘톨(박하)과 유칼립투스 오일 등을 넣어 만든 비강 흡입기다. 코에 꽂아 향을 들이마시는 방식이다. 사용자들은 이를 통해 코막힘이 일시적으로 해소되고 집중력도 향상된다고 설명한다. 만성 비염 환자로 야돔을 주기적으로 사용한다는 박모 씨(28)는 “코에 넣어 숨을 들이마시면 즉시 박하 향이 강하게 나 코가 뻥 뚫리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문제는 야돔이 의약품이나 의료기기가 아님에도 소비자는 의료적 효과를 기대하며 구매한다는 점이다. 야돔의 효과는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고, 제품 성분도 국내 검증 절차를 밟지 않았지만 일부 약국에서도 버젓이 팔리고 있다. 서울 교대역 인근 약국 약사 B씨는 “약국에서 의약품만 판매할 수 있는 건 아니어서 찾는 손님이 많아 들여놨다가 제조 성분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말에 최근 판매를 중단했다”고 했다.
전문의약품처럼 효과를 내세운 광고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조진석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는 “의약품이 아닌 것을 의약품과 같이 광고해 판매하는 상품은 약사법 61조에 따라 규제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일부 야돔이 합법적 대마 추출 성분이 포함됐다는 식으로 선전된다는 점이다. 20대 사용자 임모 씨는 “술집 등에서 친구들이 사용하는 걸 봤다”며 “본드보다 야돔이 더 중독적이라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이미 서울 강남권 유흥가의 PC방, 술집, 당구장 등에선 마약 효과를 얻으려고 야돔을 이용하는 사람이 널리 퍼졌다는 지적이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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