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패악" 사과 대신 野 때린 尹…강성 지지층 결집 노려

입력 2024-12-12 17:54   수정 2024-12-13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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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이틀 앞둔 12일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자진 사퇴할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지난 7일 거취를 당(국민의힘)에 일임하겠다고 발표한 담화와 비교해 완전히 결이 달라졌다. 국민의힘이 더 이상 탄핵안 통과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해 강공 모드로 돌아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담화로 ‘윤 대통령의 직무를 즉각 정지시켜야 한다’는 여론은 더 거세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요구한 임기 단축이나 하야 등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약 30분 동안 강한 어조로 담화를 이어갔다. 야당의 탄핵 시도를 ‘광란의 칼춤’으로 표현하고, 국회를 향해서는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괴물”이라고 비난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3일 비상계엄 선포는 내란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두 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냐”,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한 것” 등의 발언을 했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끌어내리기 위해 퇴진과 탄핵 선동을 멈추지 않고, 대선 결과를 승복하지 않았다”고 했다. 민주당이 간첩법 개정에 반대하고, 검찰 및 경찰의 특별활동비를 내년도 예산에서 대폭 삭감한 것도 문제 삼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관련해서는 “유죄 선고가 임박하자 대통령 탄핵을 통해 이를 회피하고 조기 대선을 치르려는 것”이라며 “자신의 범죄를 덮고 국정을 장악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권 관계자는 “최근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탄핵안에 찬성하겠다는 의원이 늘어나자 윤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하든 결국 탄핵이 가결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윤 대통령은 ‘국회가 탄핵안을 처리하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어 여당과의 타협을 포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부정선거 의혹을 믿는 강성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있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지난해 하반기 선관위에 대한 북한의 해킹 공격이 있어서 국가정보원이 점검한 결과, 상황은 심각했다”며 “방화벽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말했다. 부정선거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비상 계엄을 실시했다는 취지다. 실제 계엄군은 3일 당시 선관위 청사를 점거하고 서버를 촬영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날 부정선거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담화 직후 ‘대통령의 부정선거 주장 강력 규탄’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부정선거에 대한 강한 의심으로 인한 의혹 제기는 자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선거관리 시스템에 대한 자기부정과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중앙선관위는 “선거 과정에서 수차례 제기된 부정선거 주장은 사법기관의 판결을 통해 모두 근거가 없다고 밝혀졌다”며 “대통령의 담화를 통해 헌법과 법률에 근거가 없는 계엄군의 선관위 청사 무단 점거와 전산 서버 탈취 시도가 위헌·위법한 행위임이 명백하게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방화벽이 없다시피 했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도 반박했다. 선관위가 대통령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보도자료를 낸 것은 이례적이다.

여권과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윤 대통령 담화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가를 위기에 빠지게 한 데 대해 사과하기보다 변명으로 일관했다는 이유에서다. 윤 대통령은 담화 말미에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번 계엄으로 놀라고 불안했을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만 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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